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대책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발언, 관련 시장이 요동치자 이를 청와대가 “아직 결정된 것 없다”고 급히 수습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가상통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압도적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규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 각지에서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섰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은 12일 오전 국무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해)무엇이든지 규제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소 부총리는 “이용자 보호와 기술혁신의 균형을 주의 깊게 유지하면서 (관련 정책을)해나가야 한다”며 당분간은 상황파악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이나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가상통화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다른 나라의 일에 관해서는 어쩌라고 말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상통화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시장에서 어떤 것이 변해 가는지, 기존 통화를 대체할지 여부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 일본 금융청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결제수단으로서 가상 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거래소의 등록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기업회계기준위원회(ASBJ)도 기업이 가상통화를 활용할 때의 회계규칙을 마련했습니다. 기업들이 가상통화 등을 활용한 선물거래를 하는 길을 연 것입니다. 가상화폐의 제도화와 관련해선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까닭인지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우에부스가 지난해 11월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향후 가상화폐를 이끌어나갈 국가로 일본(27%)이 가장 많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15%)와 한국(15%), 미국(14%) 등 보다 훨씬 많이 일본을 주도국으로 꼽은 것입니다.

일본의 선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릅니다. 정책의 성과에 대한 판단은 후대의 역사가가 하겠지요. ‘다른 길’을 선택한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