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스텔스 테이퍼링(비공개적으로 국채 매입을 사실상 축소하는 정책)’이 시장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일본은행 "국채 매입 축소"… 긴축 신호에 엔화값 급등
일본 엔화값이 최근 한 달 새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일본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9일 장기국채 매입을 줄인다고 밝히면서 일본마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해온 양적완화 정책을 조만간 종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퍼졌기 때문이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80엔에 거래를 마쳤다. 엔고 현상은 9일 이후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당 112엔대 후반에서 113엔대 초반을 주로 오가던 엔화값이 9일부터 갑자기 달러당 111엔대로 뛴 것이다.

일본은행이 장기국채 매입을 축소한다고 밝히면서 갑작스런 엔고 현상이 촉발됐다. 일본은행의 조치가 조만간 장기 목표금리 인상 같은 양적완화 종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퍼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로의 쏠림이 가속화한 것이다.

9일 오전 일본은행은 잔존 만기 10년 이상 25년 이하의 일본국채 매입 규모를 종전보다 100억엔(약 959억7000만원) 줄어든 1900억엔(약 1조8234억원) 수준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이 해당 만기 국채 매입액을 줄인 것은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잔존 만기 25~45년물 국채의 매입 규모도 종전 900억엔(약 8638억9000만원)에서 800억엔(7679억4000만원)으로 줄였다.

일본은행의 발표 이후 일본 국채 금리도 뛰었다. 10일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연 0.080%로 2017년 10월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기록한 연 0.070%도 연초의 0.048%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향후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라가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2016년 9월부터 금융정책 목표를 국채 매입 양에서 금리 쪽으로 바꿔 사실상 매입 규모를 줄이는 스텔스 테이퍼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