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 드물게 있으나 최근 들어 빈도 높아져
"지구온난화 영향" "유럽발 냉기류 때문" 전문가 진단


자구 상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 사하라 사막에 또 눈이 내렸다고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하라 사막 강설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기후변화 재앙을 우려하는 학자들에게 흉조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7일 알제리 아인 세프라의 북부에 있는 사하라 사막에는 마치 하얀 담요를 덮어놓은 듯 흰 눈이 40㎝가량 곱게 쌓였다.

일부 주민들은 이날 아침 사하라 사막을 찾아 '눈 미끄럼틀'을 즐기기도 했다.

밤사이 눈이 일부 녹았지만 여전히 붉은 모래와 곳곳을 덮은 눈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기후변화 흉조" 사하라 사막에 눈 자주 내린다
사하라 사막은 낮에는 가혹할 정도로 덥더라도 밤에는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까닭에 강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간 사하라 사막의 기후를 연구한 독일 쾰른대 지질학자 스테판 크뢰펠린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사하라에서 눈이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온도가 아닌 습도"라고 설명했다.

사하라에는 지난 1979년 2월 잠시 눈보라가 쳤으며 2016년 12월에도 37년 만에 눈이 내린 바 있다.

NYT는 이 일대에 눈이 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사막이 워낙 넓고 상대적으로 관측 장비가 부족해 강설이 얼마나 드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크뢰펠린은 "사하라 사막은 미국만큼이나 넓지만 기상 관측소가 거의 없어서 눈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내렸다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과거에 얼마나 눈이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인 세프라에서 자란 카멜 세쿠리는 "일대에서 지난 40년 동안 눈이 내리는 것을 다섯 차례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렸다.

러시아 연방 수문기상·환경감시사업단 수장 로만 빌판드는 타스통신에 "사하라 강설을 비롯해 북미에서 오래 지속되는 추위, 유럽에 있는 러시아의 매우 따뜻한 날씨, 서유럽 국가들에서 홍수를 불러일으키는 지속적 강우 등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판드 단장은 "이런 극단적인 기상 상황이 자주 되풀이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내 의견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회원들에게서 공유되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IPCC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가설을 토대로 지구 환경이 입는 폐악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권위있는 기관으로 통한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기구로서 2007년에는 기후변화 대응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기후변화 흉조" 사하라 사막에 눈 자주 내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하라의 잦은 강설을 섣불리 기후변화의 결과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덜란드 왕립 기상연구소의 연구원 레인 하르스만은 NYT 인터뷰에서 "이례적인 날씨는 모든 곳에 있기 마련"이라며 "이번 일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대서양에서 불어온 차가운 공기가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냉 폭풍은 통상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다른 지역을 휩쓰는데 유럽의 고기압이 이를 더 남하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아인 세프라의 기온이 섭씨 1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사하라 사막'의 관문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7월과 8월 기온은 통상 섭씨 35도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