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합작 칠보산호텔은 간판교체…일부는 중국인 업주로 명의변경
"중국 당국 이달 중 폐쇄명령 이행 대대적 점검"


중국 당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정한 북한기업 폐쇄명령 시한이 9일 만료된 가운데 중국 내 북한기업들이 다급히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꿔달며 영업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내 대표적인 북중합작 최고급(5성급) 숙박업체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칠보산호텔은 호텔 간판을 바꿔달았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선양시내 칠보산호텔을 방문해 인부들이 호텔의 기존 간판을 철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호텔 직원들은 "오늘 아침 경영진으로부터 호텔간판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새로운 명칭이 무엇인지는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간판을 철거하는 이유에 관해 "조만간 북한 측 인력들이 모두 조선(북한)으로 돌아가는 사실과 관련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호텔간판 교체와는 별개로 칠보산호텔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평소 호텔 접수부에서 한복을 입고 고객을 응대하던 북한 여종업원들은 자취를 감췄고, 투피스 차림의 중국인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중국 내 북한기업 폐쇄시한 만료…간 판 바꿔달고 생존 모색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조선 쪽은 영업에서 모두 빠지고 중국 쪽만 가능하다"며 호텔 내 북한식당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접경한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중심도시인 선양에선 '코리안타운'으로 통하는 시타(西塔)지역에 위치한 북한식당 모란관이 지난 7일 이후 휴업을 공고하고 영업을 중단했고, 다른 북한식당도 영업중지 압박을 받고 있다.

선양시 공상국은 작년 말 시타의 주요 북한식당 5곳을 상대로 50일 이내 영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기타 지역에서도 여종업원의 비자 연장 불허, 영업정지 통보, 합작영업 중단 등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북중접경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에서 가장 큰 북한식당인 류경식당도 최근 영업을 중단했으며 중국인 업주가 운영하는 압록강변 송도원 식당은 북한 여종업원 비자가 조만간 만료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영업을 계속하는 북한식당은 업주 명의를 북한사람에서 중국인으로 바꾸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2016년 4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이후 한국 손님 접객을 거절한 북한 식당들은 중국인 업주 방침에 따라 슬그머니 이런 방침도 거둬들였다.

또 "식재료를 조선(북한)에서 가져왔다"고 자랑하며 북한음식 일색이던 메뉴를 중국요리 위주로 바꾸면서 중국인 고객 확대를 꾀하는 북한식당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북한기업 폐쇄시한 만료…간 판 바꿔달고 생존 모색
한편, 9일로 자국 내 북한기업에 대한 폐쇄명령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중국 당국은 이달 중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상무부와 공상총국이 이미 작년 9월 북한기업 폐쇄 공고를 했고 데드라인이 지났기 때문에 조만간 대대적인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분위기를 볼 때 예전처럼 느슨하게 감독하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안보리에 통과된 결의에 대해 국내 행정 법규를 통해 효과적인 집행을 확보할 것"이라며 법에 따른 처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중국 대부분 지역의 북한식당은 이미 문을 닫거나 소유권이 중국인에 넘어가고 간판만 북한식당으로 유지한 채 북한 종업원을 고용하는 형태로 바뀐 경우가 많아 중국 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기업들의 경우 이미 기존 유엔 대북제재를 통해 베이징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랴오닝성 단둥 등 북중접경 지역에서도 중국인 사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거나 짐을 싸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작년 9월 중국 당국 공지 이후 북한식당이 문을 닫거나 영업 의지가 있는 식당은 소유 구조를 바꿨다"면서 "북한 종업원 또한 비자 기한이 만료되면 곧바로 귀국해야 하는 처지라서 이 문제도 자연스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 북한기업 폐쇄시한 만료…간 판 바꿔달고 생존 모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