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날이 지평선에" 골든글로브 연설 화제
각계서 '2020 출마하라' 요청 쇄도…CNN "윈프리도 출마 적극 고려중"
오프라 윈프리, 수상소감 후 대선후보로 급부상… 트럼프와 대결?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63)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설 이후 미국의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윈프리의 강렬한 수상 소감에 고무된 각계 인사들이 그를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 대항할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일제히 높이고 있어서다.

8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연예 매체에 따르면 윈프리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세실 B.데밀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윈프리는 '미투 캠페인'에 연대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남성들의 힘에 대항해 진실을 말하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할리우드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폭력 저항 운동인 '타임스 업'(Time's Up)에서 따온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는 윈프리의 선언은 세 차례나 반복해서 울려퍼졌다.

그는 "삶이 던진 가장 추악한 것들을 견뎌낸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연기해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장 어두운 밤에도 더 밝은 아침을 향한 희망을 유지하는 능력이다"면서 "그래서 나는 이 시상식을 보고 있는 모든 소녀들이 이제 새로운 날이 지평선에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윈프리는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흑인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자부심을 느낀 것처럼 자신도 여성들에게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침묵과 굴종을 견뎌내야 했던 여성들의 아픔을 자극한 윈프리의 연설에 시상식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오프라 윈프리, 수상소감 후 대선후보로 급부상… 트럼프와 대결?
아울러 윈프리는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성 매체들을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언론과 사사건건 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오늘날 언론이 포위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당신이 부패와 부당함, 독재자와 희생자, 비밀과 거짓에 눈감지 않도록 절대적인 진실을 파헤치는 데 있어서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헌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윈프리가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미디어를 옹호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수상 소감 직후 트위터에는 2020년 대선 후보로 윈프리를 밀자는 '윈프리2020' 트윗이 번져 나갔고, 뉴욕의 한 가정용품 제조사에서 만든 '2020 오프라' 머그잔은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워싱턴포스트(WP)에 "윈프리는 오늘 밤 로켓을 쏘아 올렸다.

난 그녀가 대선에 출마하길 원한다.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녀에겐 선택이 없다"라고 말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한 NBC 방송도 트위터에 윈프리의 수상 장면 GIF(움직이는 이미지) 파일과 함께 "오로지 우리의 미래 대통령에게 존경을"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윈프리가 대선 출마를 고려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도 나왔다.

윈프리와 장기간 사실혼 관계를 맺은 오랜 파트너인 스테드먼 그레이엄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그것(윈프리의 대선 출마)은 사람들에게 달렸다.

윈프리는 기필코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윈프리와 가까운 2명의 친구들을 인용해 "윈프리가 대선 도전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러지 리포트의 맷 드러지는 '트럼프 대 오프라'가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실제로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게 다수 매체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AFP 통신은 가난과 성폭력 등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개인 스토리, 26억 달러(약 2조7천778억 원)의 재산,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의 연기 경력과 인기를 고려할 때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미 퀴니피액 대학의 여론조사 결과 윈프리에 대한 호감도는 52%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41%보다 높았다.

적수인 공화당 측에서도 윈프리의 출마를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익명을 요청한 공화당의 한 선거전략가는 워싱턴포스트(WP)에 "윈프리가 당선될 확률은 100%"라면서 "그가 민주당 경선을 위해 뛴다면 게임은 벌써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정치컨설턴트인 애나 나바로는 "정치 초보이고 억만장자이며, TV스타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미국은 이미 답을 했다"면서 "윈프리는 처칠에 맞서 출마하는 게 아니다.

그는 트럼프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윈프리가 정말로 출마를 결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여러 차례 "공직 선거에 나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던 윈프리는 이번에도 즉각 대선 출마 의향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안팎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치 초보자인 윈프라가 공직 경험 부족을 노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realDonaldTrump(트럼프 트윗 계정)에 대한 편견이 명백해졌다.

그걸 숨기는 걸 간단히 포기했다.

누가 그들이 말하는 걸 믿겠는가"라며 윈프리를 대선 후보로 띄운 NBC를 공격했다.

이런 가운데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프라 윈프리 또는 누구라도 도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ABC 방송에 나와 자신의 이상적인 러닝메이트로 방송인 윈프리를 꼽은 적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 수상소감 후 대선후보로 급부상… 트럼프와 대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