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외교관에게 ‘무기 세일즈’를 독려하는 범정부적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으로 해외 공관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과 국방무관, 상무관 등은 록히드마틴, 보잉 등 자국 방위산업체의 해외 영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 세계 미국대사관 직원이 방산업체의 영업을 맡게 되는 셈이다.

한 고위 관리는 “이르면 내달 초 정책이 시작될 것”이라며 “판매 대상은 전투기, 무인기, 군함, 야포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3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국제무기거래규정(IATR)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IATR이 조정되면 수출 규제가 축소돼 보다 많은 미국산 무기가 세계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선 동맹국이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살수록 안보 비용을 덜어내는 부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무역적자 감소와 일자리 창출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무역적자는 505억달러(약 53조7600억원)로 최근 6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무기 수출로 수십억달러 수입을 올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방산업체들의 압력도 정책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인 지난해 미국의 해외 무기수출은 전년보다 110억달러 증가한 42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기 판매 확대가 분쟁 지역의 안보 불안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권단체 및 군비 통제론자들은 “규제 완화가 중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에서 무력 갈등을 유발하거나 판매한 무기가 테러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