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6월 총선, 노동개혁법 통과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취임 후 국방예산 삭감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으며 국정 1년차에 지지율이 40%대로 급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지난해 9월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통과시켰다. 역전의 드라마는 이때부터 펼쳐졌다. 10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지지율이 연말에 50%를 넘어섰다. 전쟁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추락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급반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이유는 그의 리더십이 전임자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된 이유로는 강성 노조 무력화, 행정부 권한 강화, 야당과 협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지지율 50% 회복한 마크롱, 3대 비결은
◆강성 노조 무력화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법률명령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강력 추진하는 데 유일한 걸림돌은 노동조합의 반발이었다. 그는 노사정이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기존의 방식을 버렸다. 대신 각 노조 수장들을 엘리제궁(대통령궁)으로 따로 불러들였다. 노조위원장들은 다른 누가 정부와 협상을 타결했는지 모른 채 협의를 이어갔다. 정부는 협상안을 공개하지 않고 수백 시간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도 적극 활용했다. 노조위원장이 그의 집무실을 드나드는 장면을 적절히 촬영해 내보냈다. 그들이 개정안 마련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파브리스 안게이 프랑스노동총연맹(CGT) 수석협상가는 “마크롱 대통령은 협상에 참석한 당사자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게 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노조를 분열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CGT는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 위해 정부와 협상을 중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들을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한) 카산드라’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온건 성향의 최대 노조인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등 다른 노조들은 시위에 동참하지 않았다. 노동법 개정안이 나올 때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개정안을 본 것은 언론 공표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정부가 내민 개정안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노조의 근무시간·임금 관련 협상을 산별 노조가 아니라 개별 기업 단위로 변경하는 등 강성 노조 권한을 약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담고 있었다.

뮤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부 장관은 마크롱 정부가 이 같은 ‘각개격파 전술’을 계속 활용해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올해 구직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실직자의 실업급여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대방과 ‘협상’하지 않고 상대방을 ‘무장해제(disarm)’한다고 WSJ는 평가했다.

◆야당 포섭 전략으로 의회 장악

마크롱 대통령은 상대편을 포용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일찌감치 제1야당인 공화당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을 내각에 영입했다. 노동개혁을 수행할 실무팀도 친(親)노동계 인사로 구성했다. 이 같은 포섭 전략으로 노동개혁과 부유세 축소 등의 경제 조치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국민이 성공해야 한다”며 “그리고 나머지 사람이 성공한 사람들을 시기 질투해선 안 된다”고 자신의 국정 철학을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은행가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오명 속에서도 시장 경쟁과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면서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1.7%에서 1.9%로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도 내년 중순이면 2012년 이후 최저치인 9.4%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 기업이 참여한 인수합병(M&A)은 총 2091억유로(약 268조원)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질베르토 포치 골드만삭스 M&A부문장은 “프랑스 경제가 최고경영자(CEO)들의 낙관론과 경기 호황 등이 합쳐져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실업급여 개혁을 비롯해 연금개혁, 근로자 훈련 및 교육 등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마크로니즘(Macronism)’은 21세기형 혁신주의를 대표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