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끊이지 않아…팔레스타인 주민 14명 사망
아랍권·유엔 압박에도 미국·이스라엘 강경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예루살렘 사태가 오는 6일이면 꼬박 한달째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 중동을 비롯한 세계가 받은 충격은 컸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국제도시로 삼기로 한 1947년 유엔총회 결의안과 부합하지 않고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 외교정책을 뒤집는 조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물리·외교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서 시위에 나섰고 매주 금요일 대예배를 마친 이후에는 시위 규모가 훨씬 커졌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돌을 던지고 타이어를 불태웠으며 진압에 나선 이스라엘군과 충돌이 빚어져 사상자가 속출했다.
'트럼프발' 예루살렘 사태 한달… 평화는 언제 찾아올까
양측의 군사적 긴장도 격화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폭격과 탱크 포격으로 맞섰다.

시위와 군사적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팔레스타인 측이 훨씬 컸다.

AF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 여파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이 1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3일 17세 소년이 라말라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권과 미국, 이스라엘의 외교적 대립도 한층 심화됐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사태 닷새째인 지난달 10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우방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감의 뜻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을 넘어 유럽연합(EU), 프란치스코 교황 등 세계 곳곳에서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유엔총회는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반박한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 속에 채택했다.

128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미국, 이스라엘 등 9개국만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확인됐고 중동의 중재자로서 미국의 위신이 약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새해 들어서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랍권과 유엔의 압박이 사실상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 2일 예루살렘 땅을 외국인에게 양도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미국의 원조 중단을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팔레스타인과 미국, 이스라엘이 평행선처럼 대립하는 국면에서 언제 유혈사태가 멈추고 평화가 찾아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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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이 더욱 힘을 잃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팔레스타인이 파타당과 하마스로 분열돼 있고 아랍 및 이슬람권의 결속마저 실질적으로 와해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법적, 행정적, 정치·군사적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대(對)이스라엘 지지 철회와 유엔의 역할 강화가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