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위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이란 반정부 시위에) 적절한 시기에 엄청난 지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어리석게 그들(이란 정권)에 준 돈은 그들의 주머니와 테러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정부와 이란이 2015년 이뤄낸 이란 핵개발 동결 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비난해왔다. 서방은 이 합의로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석유 생산도 늘릴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다른 서방국가들의 반발에도 이 협정의 ‘불인증’을 선언했다.
대놓고 시위 부추기는 트럼프… 이란 정부는 "미국이 배후"
트럼프 정부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우방국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하면 인권 침해를 걸어 이란에 신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중동 내 반미국 세력의 중심에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 이후 악화 일로를 걸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관계가 더욱 나빠졌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비롯해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 시리아를 잇는 반미 ‘시아벨트’를 구축했다. 미국으로선 이란이 눈엣가시다.

반면 이슬람 수니파로 이란 앙숙인 사우디는 친(親)미국 노선을 택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의 사위로 중동정책에 깊숙이 간여하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우방국 이스라엘과 함께 사우디는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서도 이란과 급진 이슬람 테러주의를 중동의 최대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테러 지원국 이란이 불안정을 틈타 영향력과 자금력을 확장하고 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계속해서 탄도미사일과 첩보 역량을 개발하고 악의적 사이버 공격을 일삼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2015년 핵합의 이후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개입이 이란 시위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미국과 유럽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다.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발생한 이란 내 반정부 시위 때 강경 진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오바마 전 정부를 비판해온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의 개입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이란 시위대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외부 개입은 이란 강경파에게 강경 진압을 위한 완벽한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리아 내전 등에서 이란과 협력해온 러시아도 서방의 이란 반정부 시위 지원을 경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외부 개입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