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분열' 우려 시각도…"김정은, 평창올림픽 고리로 한미 흔들려 해"
트럼프 '더 큰 핵단추 있다' 트윗엔 "어린 애 같다" 평가
북 '판문점 채널 개통' 발표에 외신 "남북 관계회복 진전 징후"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는 북한 발표에 외신들도 속보로 전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 등을 위해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대화를 위해 오랫동안 닫혀있던 남북 간 핫라인을 열라고 지시했다"며 이 같은 입장은 김정은 신년사에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관련 보도에서 "지난 1년여간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미국과의 설전이 있었던 후 남북 간의 적대감을 완화하는 또 다른 신호"라면서도 "남북이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AP는 최근 몇 년간 직접 접촉 등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날 남측이 제의한 고위급 회담의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판문점 개통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였다고 전했다.

또 남북한 대화모드에도 압박을 강조한 미국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리 위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남북 간 관계회복이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북 '판문점 채널 개통' 발표에 외신 "남북 관계회복 진전 징후"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핵 위협을 하면서도 남측에는 평창 올림픽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며 양측이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루 뒤 한국 정부는 북측에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제안으로 화답했고, 이튿날 북한이 판문점 채널 복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의도를 '한미 간 분열'로 읽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과 관련, "몇몇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맹관계인 미국과 한국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최상의 관계는 아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개인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격해왔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WP에 김정은의 의도는 "분열시켜서 이기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제재를 풀길 원하고, 평창 올림픽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을 취약한 고리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대화 재개는 조심스럽게 탐색 돼야 한다.

전례를 볼 때 북한이 선의로 협상에 임하거나 새로운 협상에 맞춰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라며 "북한 지도자는 '핵 버튼'을 위협하는 한편 대화를 유혹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 오바마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남북간 대화가) 일시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를 완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버는 데 주력해왔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클링너 연구원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로 올림픽에서 퇴출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언급, 훨씬 더 지독한 인권탄압국인 북한에는 왜 이중기준을 두느냐고 말했다.

그는 남북 선수단이 동시 입장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사례를 회상하며 스포츠나 문화행사 참가로는 북한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 '판문점 채널 개통' 발표에 외신 "남북 관계회복 진전 징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신중함과 강경함을 오가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2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에 "로켓맨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며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고 썼다.

이어 오후에는 김정은 '핵단추' 발언과 관련,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그의 언행을 유아적이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짐 하임스 하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CNN에 출연해 "대통령이 힘을 보여준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운동장에서 보면, 가슴을 가장 공격적으로 두드리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약한 이라는 걸 누구나 알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헨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사령관 자리에서 위험한 미성숙함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술쟁이 10살짜리 아이처럼 말하지만, 실제 핵무기의 처분이 그의 손에 달려있다"며 "주변의 책임 있는 사람들, 지지자들은 어떻게 이를 무시하고 웃어넘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단추' 트윗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키웠다"며 "한국의 평화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 사이의 대조는 오랜 동맹 사이의 균열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한미 정상 간의 갈라진 메시지가 굿캅-배드캅(거친 경찰-온건한 경찰)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인들은 미국 군사력의 '망령'을 북한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데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 '판문점 채널 개통' 발표에 외신 "남북 관계회복 진전 징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