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이 지역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모래 채굴 국가는 잇따라 모래 수출을 금지했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4년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채굴한 세계 모래의 70% 이상이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주로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위해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주요 재료로 들어가는 모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리도니아그룹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국에서 사용된 콘크리트 물량은 미국이 100년 동안 사용한 양과 비슷했다.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모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멘트 생산국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런 추세라면 2020년 모래가 고갈될 것으로 추정했다. 베트남에선 2004년 t당 5.65달러이던 모래 가격이 내년에는 8.60달러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 정부는 공급 부족과 환경 파괴를 이유로 모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주로 싱가포르로 모래를 수출하던 캄보디아도 지난해 7월부터 수출을 중단했다. 바다를 매립해 국토 면적을 확장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캄보디아로부터 필요한 모래의 20%가량을 수입해왔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이래 지금까지 영토를 25% 정도 늘렸다. 캄보디아는 모래 수출 과정에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이어진 데다 최근엔 부정부패 의혹이 제기되자 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채굴로 수도 자카르타 주변의 여러 섬이 사라진 인도네시아도 몇 년 전부터 모래 수출을 중단했다. 인도는 모래를 수출하기 위해 발급해주는 면허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아시아 지역에서 모래 부족 사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계 인프라 건설 사업의 60%가 아시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모래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