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취임한 사회주의 성향의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예상 밖의 친(親)시장 개혁정책을 펼쳐 글로벌 투자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좌파 집권여당 국가연합당 소속인 모레노 대통령은 4월 치러진 대선에서 우파인 기회창조당의 기예르모 라소를 꺾고 당선됐다. 그는 ‘21세기 사회주의 노선’을 주창한 라파엘 코레아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선거 결과를 본 경제계와 투자자들은 에콰도르 국민이 시장 친화적인 후보를 거부하고 나라를 보호주의와 부실한 재정 운용, 저성장으로 밀어넣을 사회주의자를 선택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취임 후 모레노 대통령은 기존 중남미 좌파 정부와는 다르게 기업 생태계 육성과 정치적 권리 보장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도 예산 계획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좌파 정부가 꺼리는 예산 삭감을 선택했다. 모레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입어 올해 0.2%에 그친 에콰도르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2%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레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당선 때와 크게 달라졌다.

모레노 대통령은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5년째 몸을 숨기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의 추방을 암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 사법 처리를 용인하며 전임 정부와 선을 그었다. 글라스 전 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13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모레노는 나라를 20년 후퇴시킨 반역자”라고 맹비난했다. FT는 “모레노가 전임 대통령이 만든 각본을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