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구글을 이끌어온 에릭 슈밋 알파벳 이사회 의장(62·사진)이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래리 페이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 등 구글 공동창업자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2001년 당시 창업 4년차이던 벤처기업 구글을 맡아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슈밋 의장이 내년 1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슈밋은 기술고문을 맡으며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후임으로는 비상임 의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슈밋 의장은 성명에서 “나와 페이지, 브린,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이 모든 변화가 알파벳의 진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 정책 발전, 구글의 사회공헌 활동 등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1998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구글을 창업한 페이지와 브린은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로 하고 슈밋을 구글로 끌어들였다. 프린스턴대(학사), UC버클리(석·박사)를 나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슈밋이 벨연구소, 제록스 등을 거쳐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던 때다. 슈밋은 구글 CEO를 맡아 정보기술(IT)업계 경력과 비전을 바탕으로 2004년 구글 상장을 성공시켰다. 또 구글을 검색, 지도, 광고, 지메일, 안드로이드, 크롬, 유튜브 등 플랫폼을 보유한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2011년 구글 CEO 겸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2015년 10월 구글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알파벳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슈밋 의장은 구글 스톡옵션 등을 기반으로 126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일궈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119번째 부자로 뽑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