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수도 산티아고에서 거리로 나온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수도 산티아고에서 거리로 나온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AP연합뉴스
“칠레가 경제 성장을 위해 ‘구리(銅)’를 대신할 대안을 선택했다.”

17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한 기업인은 칠레 대통령 선거결과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칠레 주요 수입원인 구리의 국제가격 하락으로 생긴 빈 곳을 메울 대안으로 강력한 성장정책을 제시한 중도우파 기업인 출신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구리 값 하락, 좌파정부 실정 겹쳐

칠레도 '좌파벨트' 이탈… 법인세 인하·규제완화 속도 낸다
칠레는 광산업의 나라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출의 59%를 광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구리, 리튬, 레늄 등은 세계 1위 매장량을 자랑한다. 세계 구리 생산량 중 칠레의 비중은 29.2%에 달한다. “칠레는 구리에 웃고, 구리에 우는 나라”라고 현지인들은 말할 정도다.

칠레는 2010년대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난을 겪어왔다. 2011년 초 한때 파운드당 5달러에 육박하던 구리 가격이 2015년 초 1.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구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칠레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좌파 성향인 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집권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엔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 에스콘디다 소유의 광산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10억달러 손실이 났다. 올해 성장률은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교육개혁은 실패했다. 대통령 큰아들 부부의 부동산 부패 스캔들까지 불거지면서 좌파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1차 대선 투표 이후 좌파 진영 후보들이 알레한드로 기예르 후보(상원의원) 쪽으로 세를 몰아줬으나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규제 완화 등 친시장정책 제시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피녜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끝내고 중남미 최대 구리 수출국인 칠레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내세웠다.

내년부터 27%로 인상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로 인하하고, 규제 완화 등 친시장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하고 2026년까지 8년간 200억달러를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정책으로 임기 4년 내 경제성장률을 지금보다 두 배 수준으로 높이고, 칠레를 중남미 최초의 OECD 회원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의회 지원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상·하원 모두 중도우파 야당연합이 다수당 지위에 올랐다. 우파 야권은 상원 23석 중 12석(점유율 52%)과 하원 155석 중 73석(점유율 47%)을 차지했다. 구리 가격이 최근 파운드당 3달러대를 회복한 것도 피녜라 전 대통령에게는 청신호다.

온두라스는 중도우파 정부 유지

이날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도우파인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대선 이후 3주간 계속된 부정선거 시비와 항의 시위 끝에 나온 최종 결정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도 사업가 출신이다. 그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성장, 국방부문 강화 등을 재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티아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