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인사회에서 ‘오뚜기수퍼’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한다. 인근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볼리비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한인들은 오뚜기수퍼의 성공 스토리에 감동하고 같은 꿈을 꾼다.

오뚜기수퍼는 단순 매장이 아니다. 브라질 상파울루 한인타운 ‘봉해치로’에 있는 3층짜리 대형 매장 외에 250개 현지 소매점에 식품을 공급하는 도매점으로 구성돼 있다. 오뚜기수퍼를 운영하는 OG컴퍼니의 하윤상 대표는 이민 30년 만에 직원 58명, 연매출 1000만달러 규모의 식품유통업체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성공은 중남미 한인동포의 70% 이상이 의류업에 종사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더욱 주목받는다. 1987년 브라질로 넘어간 그 역시 처음엔 의류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뭔가 다른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989년부터 채소 판매를 시작했다. 기회는 1993년 브라질 식품시장이 개방되면서 찾아왔다.

그는 한국에서 과자, 음료부터 잡화까지 돈 되는 것은 닥치는 대로 수입했다.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컨테이너가 통째로 압류되기도 했다. 그는 수입과 통관, 물류까지 하나씩 배워 나갔다. “살인적인 가격을 매기는 물류업체 때문에 사업을 접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거래처를 찾아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 대표의 최대 히트작은 ‘봉봉’이다. 포도 알맹이가 들어 있는 과일주스는 브라질 현지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했다. 브라질 사람들은 보통 술을 마실 때 과일주를 타서 마신다. 봉봉은 보드카 등과 잘 어울린다. 클럽 등 흥이 돋는 자리에서 봉봉은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음료다. 여성은 ‘딸기 봉봉’, 남성은 ‘포도 봉봉’을 좋아한다. 하 대표는 지난해 한국에서 6만300개가 들어가는 컨테이너 80개 분량을 들여왔다.

하 대표는 “브라질은 수입부터 통관, 물류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현지 생산이 답”이라며 “생산공장 설립을 위해 적절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