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휩쓰는 차이나머니
지난 11일 페루 리마 광물에너지부 본부에서 만난 빅토르 에스트렐라 전력국장은 유난히 바빠 보였다. 이달 중순께 방문할 중국 투자단을 맞는 행사 때문이라고 했다.

에스트렐라 국장은 “페루는 생산 전력의 50%가 남아도는 상황인데도 중국은 5~10년 앞을 보고 여기에 더 투자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이 만약 페루에 투자한다면 중국이 투자하지 않는 기술 분야 쪽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기회의 땅’ 중남미를 휩쓸고 있다. 교역과 투자, 금융 협력, 자원 개발까지 중국은 중남미에서 대체불가 협력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대(對)중남미 무역은 지난 10년간 약 5배(500억달러→2300억달러)로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중남미 전체 무역의 13.7%다. 2025년이면 교역액이 5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제치고 제1 교역국이 된다.

중국은 더 나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중남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칠레와 페루다. 우루과이 브라질 콜롬비아도 중국과의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중남미 문을 열기 위해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중남미 차관 공여국 1위다.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지난해 중남미 각 기관과 기업에 총 210억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제공했다. 세계은행(WB)과 미주개발은행(IDB), 안데스개발공사(CAF) 등 국제기구의 지원금액보다 많다.

투자도 활발하다. 중국 몰리브듐사가 영국 앵글로아메리칸사로부터 브라질 니오븀과 인산염 부문을 1250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지난해 중남미 최대 인수건 중 3건을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중남미협력투자펀드(210억달러), 중국-중남미 인프라펀드(100억달러) 등 다자기구에 제공하는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투자액수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이종현 수출입은행 니카라과 사무소장은 “중국의 존재감은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서 압도적”이라며 “그러나 품질 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돈과 기술, 인력으로 만든 도로 등 각종 사회간접시설이 문제를 일으켜 현지에서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알찬 지원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마나과=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