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부채 축소를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부채를 그대로 방치하면 경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내년 기업 및 가계 부채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주요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정치국 회의는 이달 말 예정된 중앙경제정책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통상 중국은 중앙경제정책회의 직전에 열리는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다음해 경제 정책의 큰 윤곽이 결정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채 감축’은 내년도 중국의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회색 코뿔소가 경제 덮칠라"… 중국 내년 제1 과제는 '빚 폭탄' 제거
◆부채 감축에 총력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가 실물경제 지원을 강화해 한층 질이 높고 효율적인 발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부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금융부문이 실물경제를 더 많이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내년엔 부채 축소에서 한층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구조적 리스크로 부채 문제를 꼽아 왔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뿐 아니라 중국 언론도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로 부채 급증을 지목했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8년 6조달러 정도였던 중국의 비금융 부문 총부채는 지난해 말 28조달러로 다섯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40%에서 260%로 두 배가량으로 치솟았다. IMF는 2020년 이 비율이 290%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젠광 일본 미즈호증권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당국의 긴축 조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딩솽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산당 지도부가 성장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부채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도 계속

이번 회의에선 또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가계 담보대출 증가가 부채 급증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2011년 GDP 대비 28%에 불과했던 중국의 가계 대출은 지난해 44%로 늘었다.

이번 회의에 앞서 주택건설부와 국토자원부, 인민은행은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 해소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중국 정부는 정책 연속성과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시장 거품을 막기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서도 “집은 거주하기 위한 것이지 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금융, 토지, 세제, 투자, 입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장 규칙에 부합하는 제도적 기초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억제하고 주택 가격 급등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이는 주택 임대, 토지 공급, 금융 대출 등의 영역에서 구조개혁으로 이어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수십만 채의 임대주택을 지었고, 일부 도시는 임대권에 구매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정책을 내놨다. 베이징시는 주택 구입자와 정부가 지분을 나누는 ‘주택 공유 재산권’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환경 보호와 빈곤 퇴치에도 방점

정치국은 환경 보호와 빈곤 퇴치에도 방점을 뒀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올해 벌인 대대적인 단속 활동을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환경 단속에 나서면서 그동안 고공행진하던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제동이 걸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P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오름폭이 가장 작은 것이다. 전문가 예상치(5.9%)를 밑돈 것은 물론 10월 증가율(6.9%)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고강도 환경오염 규제가 기업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면서 원자재 수요를 둔화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회색 코뿔소

grey rhino.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일부러 무시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