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인세 감세안 하원 문턱 넘었다
미국 하원이 16일(현지시간)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세제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한국(22%)과 법인세율이 역전된다.

미 하원은 이날 법인세·소득세 감면 내용을 담은 ‘감세와 일자리’ 법안을 찬성 227표, 반대 205표로 가결 처리했다. 감세안은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상속세 폐지(2025년부터), 해외 유보금 환입 시 저율 과세(12%), 최저한세율 폐지, 투자세액공제 도입(5년간)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표준공제 한도를 두 배로 올리는 등 개인의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6년 세제 개편 이후 가장 규모가 큰 감세안”이라며 “법인세율은 1939년 이후 가장 낮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여당인 공화당은 다음달 초 상원에서도 감세안을 표결 처리한 뒤 크리스마스 전에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감세안을 분당 1마일 속도로 처리하고 있다”며 “로비스트들이 미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하원은 감세안을 공개한 지 2주 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공화당에서 13명이 이탈했지만 22표 차(찬성 227표, 반대 205표)로 처리됐다. 지난주 감세안을 내놓은 상원도 이번주 상임위원회(금융위원회)를 거쳐 내달 초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하원의 감세안 처리를 축하한다”며 “연내 감세안을 처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이 감세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내년 중간선거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공화당은 지난 12일 치러진 뉴저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 참패했다.

오바마케어 폐지 공약도 무산됐고, 내년도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대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결속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표결에 앞서 의회에 들러 공화당 의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사랑합니다. 이제 가서 투표하세요”라고 독려했다.

하원의 감세안은 상원을 통과하는 감세안과 조율 절차를 거치며, 최종 감세안은 다시 상하원 표결 후 대통령 책상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상원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14일 오바마케어 폐지 조항을 담은 감세 수정안을 내놨다. 감세안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업고 오바마케어 폐지까지 ‘한방’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며 일찌감치 반대를 선언한 론 존슨 의원 외에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등 6명이 추가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과반(52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유가 많지 않다. 3명만 이탈해도 감세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