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동결 쌍중단 수용불가" vs 中 "평화적 회담가는 첫발"
中 "쌍중단은 대화재개 돌파구, 쌍궤병행은 한반도 안정 실현방안"
트럼프-중국 '외견상 다른' 쌍중단 발언… 결국 북한에 메시지 전달용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의미하는 쌍중단(雙中斷·freeze for freeze agreement) 수용 불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동의했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는 쌍중단 고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5일 아시아순방 결과 보고를 통해 관련 언급을 했고, 중국 외교부는 베이징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해당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나절의 시차를 두고 외견상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 갈등과 대립을 거듭해온 미중 양국이 이달 초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도 이 같은 '이견'이 나온 점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이견은 분명하지만 서로 충돌하는 말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접점을 찾아가는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순방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과거에 지속해서 실패했던 것들과 같은 이른바 쌍중단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유엔 제재의 충실한 이행 및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지렛대'를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려볼 때 나머지 언급은 기존 주장과 유사했으나, 시 주석의 '쌍중단 수용 불가 동의' 발언에 의문이 생긴 것은 당연했다.

쌍중단은 중국이 일관되게 고수해온 북핵해법이고, 중국이 그와 관련해 '변경' 또는 '철회'의지를 밝힌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만 갖고 보면 시 주석이 쌍중단이라는 북핵 해법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은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쌍중단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는 방안이고,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은 한반도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는 방안"이라며 "그래서 쌍중단은 첫발일 뿐 종착점은 아니다"고 했다.

겅 대변인은 "쌍중단이 현 상황에서 가장 실현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쌍중단은 현재 긴장국면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의 가장 시급한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경우 양국 정상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해 상대방이 공개했다고 해서 이를 확인해주지 않는 게 관례"라면서 "중국 외교부가 고심 끝에 북핵에 대한 기존 입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원래부터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함께 중단해 상호 신뢰와 긴장 완화를 이룬 뒤에 쌍궤병행까지 가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 외교부 반응이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빈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미중 정상회담 후 각자 편한 대로 발표하는 것으로 합의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데 중국의 입장은 쌍중단이 최상의 방법으로 믿고 있지만 미중 협력 과정에서 그 주장을 일정 부분 유보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쌍중단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미사일·핵 '동결' 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의미한다면 그걸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외교부는 대화를 해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쌍중단은 평화적 회담 조건을 만들 '마중물'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며, 회담 과정을 거쳐 결국 쌍궤병행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걸 강조했다고 여길 수 있다.

겅솽 대변인이 쌍중단은 첫발이지 종착점이 아니라고 언급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동결 대 동결' 용도의 쌍중단 수용 불가를 주장할 때 시 주석이 그에 일정 수준 '동의'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외교부의 이런 쌍중단 언급으로, 미중 양국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에 이미 '충분히' 전달된 듯 하다.

이제 중국은 17일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방북시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더욱 명시적으로 미중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쑹 부장은 미중 정상의 담판 내용으로 그동안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속해서 언급해온 북한의 정권교체와 북한붕괴,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북한 침공도 없다는 이른바 '4노즈(4Nos)'원칙을 재차 전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동결용 쌍중단 수용 불가 의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은 쌍중단이 북미 양국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북한에 선(先) 미사일·핵도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동결'을 선뜻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근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철저 이행을 명분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왔고, 북한의 외교 안보·경제적 입지가 급속하게 위축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일정 수준에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도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기에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두 달 가까이 도발을 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특사를 통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올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