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의기투합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였다. 이 전략은 양국 간 잠재적 갈등 요인이어서 향후 미·중 관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총리가 작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제기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주축이 돼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한 무역 등을 추진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사실상 이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이날 ‘트럼프의 아시아행이 오바마의 전철을 다시 밟으면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따르고 있지만 아·태 재균형 전략은 중국의 굴기를 막지도 못했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첫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놓고 부딪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예 다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핵 문제와 무역 불균형이라는 두 개의 ‘빅 이슈’가 핵심 의제였던 만큼 인도·태평양 전략과 같은 추상적 의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신형 국제관계’란 화두를 꺼내지 않고,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해석했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가 2500억달러 규모의 미·중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굳이 중국이 껄끄러워할 만한 인도·태평양 전략 이슈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관영언론 관찰자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도·태평양 전략은 낯선 개념이어서 아직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