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로 태어나 소비 주역된 35세 미만의 중국 밀레니얼 세대
작년 여행 횟수, 미국인보다 많아…1년간 해외서 쓴 돈만 1500억달러

호텔·에어비앤비 앞다퉈 중국 진출
보잉도 현지서 항공기 생산 확대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사는 허우로니(24)는 지난봄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미국 시애틀로 여행을 갔다. 미국의 인기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촬영 현장을 보고 싶어서다. 그는 10대 때부터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엔 뉴욕을 갈 예정”이라며 “이후 유럽, 호주, 일본, 한국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우로니와 같은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 여행산업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글로벌 여행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호텔, 항공 등 관련 업계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욜로 여행'에 빠진 중국 밀레니얼 세대… 세계 호텔·항공업계 '쥐락펴락'

◆세계 여행시장의 주력 소비층

중국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1억2200만 명) 중 밀레니얼 세대가 60%를 차지했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가 작년 해외여행을 간 횟수는 8200만 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인 전체 여행 횟수(7500만 건)보다 많았다.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1500억달러(약 167조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050달러(약 228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인 관광객의 총지출은 중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2021년까지 연평균 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여행객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가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글로벌 여행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체 인구 중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 세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4억 명에 이른다. 세계 각국 밀레니얼 세대 중 그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중국의 과거 어느 젊은 세대보다 경제적 여유가 많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역사상 경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고 사회가 안정된 시기에 자란 덕분에 씀씀이도 크다.

해외여행과 문화에 대한 선호도 큰 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GFK에 따르면 중국 밀레니얼 세대는 한 해 평균 네 차례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93%가 ‘여행은 자아실현에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출 항목에서도 여행을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단체관광보다는 자신의 입맛대로 선택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숙해서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짠다. 이들 중 80%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고, 65%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쇼핑할 장소를 찾는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력

글로벌 호텔체인인 미국 메리어트는 최근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이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여행 플랫폼 페이주에서 메리어트호텔 회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세계 모든 메리어트호텔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한 국가는 30곳에 달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 가맹점은 1000만 개에 이른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베이징 지사 직원을 네 배로 늘려 100명까지 증원하기로 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 수요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하이난항공은 작년 12월 중국 주요 도시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직항노선을 개설했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라스베이거스를 미국 도시 중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아서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중국 여행객은 23만3000명으로 2010년의 두 배로 늘었다.

세계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보잉은 3월 저장성 저우산에 737기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내년 말 첫 생산을 시작해 연간 100대의 항공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보잉은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2036년까지 신규 항공기 수요가 7240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는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보잉은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가 중국에서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어버스는 2억달러를 투자해 톈진에 해외 첫 대형 여객기 조립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리서치회사 YWS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카지노나 크루즈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 글로벌 크루즈 기업이 타격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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