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레노버가 일본 후지쓰의 컴퓨터 사업부문을 삼키며 일본 PC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게 됐다. 중국 전기·전자업체의 일본 시장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는 모습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레노버그룹과 후지쓰는 지난 2일 컴퓨터 사업 합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레노버가 내년 4월께 280억엔(약 2730억원)을 투입해 합병회사 지분 51%를 차지할 예정이다. 후지쓰는 44%, 일본정책투자은행은 5% 지분을 확보한다. 레노버는 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지명권을 갖는다. 두 회사가 1년여의 합병 협상 끝에 레노버가 경영 주도권을 쥐는 형태로 정리된 것이다.

일본 시마네현 공장 생산설비와 1800여 명의 고용은 유지한다. 후지쓰의 판매 브랜드 ‘FMV’도 남는다. 지난해 후지쓰의 PC 출하 대수는 380만 대 수준이었다.

후지쓰 PC 사업부문에 앞서 2011년 일본 NEC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일본 노트북 시장에서 미국 델과 HP 등을 제치고 압도적 1위에 오르게 됐다. 2016년 현재 NEC레노버(24.6%)와 후지쓰(17.5%) PC시장 점유율을 단순 합산해도 점유율이 42%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후지쓰와 NEC의 PC를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레노버와 후지쓰 간 PC사업 합병으로 일본 PC 시장의 구도 변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히타치제작소와 NEC, 소니 등의 업체가 PC 사업에서 철수해 도시바와 파나소닉, VAIO 등 남아있는 일본 업체 시장점유율이 1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화웨이가 일본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노트북 등 PC 부문에서도 중국 업체가 일본 시장점유율 1위를 굳혔다”며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