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마침표 찍고 통화긴축 시동 '호평'
옐런 "원만한 의장교체"…이사직도 물러날 듯
막 내리는 옐런 시대… '트럼프의 정치'에 4년 단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04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인 재닛 옐런(71).
2일(현지시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제롬 파월(64) 현 이사가 지명되면서 옐런 의장은 내년 2월까지인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세계 경제대통령'의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준 의장은 관행적으로 연임해왔다.

정치 이념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보장한다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했다.

이런 전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깨졌고, 옐런 의장은 '4년 단임'에 그치게 됐다.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는 것은 1970년대 말 윌리엄 밀러 전 의장 이후로 40년 만에 처음이다.

역대 최악의 수장으로 꼽히는 밀러 전 의장은 17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 전 의장은 4명의 대통령으로부터 거듭 신임을 받으면서 무려 19년간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부터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사태까지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임기를 시작한 벤 버냉키(2006~2014년) 체제에서는 더 많은 자금이 시중에 공급됐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직접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푸는 이른바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쳤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린다는 뜻에서 '헬리콥터 벤'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옐런 의장으로서는 '양적완화 종료'가 숙명이었다.

그는 2015년 12월 거의 10년 만에 첫 기준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차례의 인상을 통해 1%대로 끌어올렸다.

아울러 양적완화 시대의 돈 풀기로 4조5천억 달러까지 불어난 연준의 보유자산을 축소해나가는 작업도 지난달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시장과 소통하며 주도한 점진적 금리인상과 자산 축소 방침은 긍정적 평가를 낳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체력'을 회복했고,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해졌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준에서 잔뼈가 굵은 옐런 의장은 긴축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환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의 연임을 기대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파월 카드'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 의장으로서의 임기는 내년 2월로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월까지다.

다만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이사직에서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옐런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파월 지명자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원만한 의장교체'(smooth transition)를 강조해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옐런 의장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조교수,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교수 등으로 일했다.

그 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을 거쳐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서 버냉키 전 의장과 호흡을 맞췄고, 2014년 여성으로선 최초로 연준 의장에 올랐다.

그의 남편은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