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공무원노조 총파업 계획도 철회…고위직만 해임되고 나머지 정상업무
'물리적 충돌' 예상 빗나가…'조기선거' 카드에 독립파 수뇌부 지도력 상실
스페인, 카탈루냐 '무혈입성'… "불복종 기미도 없어"

스페인이 '핵 옵션'으로 불리는 헌법 조항을 발동해 카탈루냐를 당분간 직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카탈루냐의 강한 저항이 예상됐다.

일부에서는 자치정부 장악에 나선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공무원·시민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스페인이 카탈루냐 직접통치에 나선 이후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지방행정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카탈루냐 대표부 엔리크 미요 최고행정관은 "자치정부에서 직분을 다하지 않는 어떤 공무원도 찾지 못했다"면서 헌법 155조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불복종하는 자치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자치의회 해산, 정부 수반 등 각료 해임을 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해 '핵 옵션'이라고 불렸다.

카탈루냐 의회가 지난달 27일 표결을 거쳐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뒤 카탈란국민회의(ANC) 등 분리주의 시민단체들은 자치정부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직접통치에 맞서 현장에서 저항하라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런 촉구가 무색할 만큼 카탈루냐의 행정은 임시수반인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부총리의 지휘를 받으며 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 당초 스페인에 대항해 총파업을 하겠다던 공무원노조는 파업 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해 버렸다.

카탈루냐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르몽드에 "헌법 155조는 자치정부의 정무직 고위급에만 적용됐지 실무 직원들은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저항의 표시로) 고의로 업무를 지연시킬 순 있겠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스페인 제1노조 '노동자위원회' 카탈루냐지부의 한 공무원도 "현재까지 중앙정부의 직접통치와 관련해 어떤 문제나 갈등도 확인할 수 없었고 그럴 기미도 없다"고 말했다.

카탈루냐가 독립국을 선포하고 그에 대한 '응징'으로 스페인이 자치정부 수뇌부를 해임하며 직접통치에 나선 상황에서도 전과 다름없이 지방행정이 이뤄지는 것에는 스페인의 '조기 선거'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12월 21일 새 자치정부·의회 구성을 위한 지방선거를 약속하면서 분리독립 국면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카탈루냐인들이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자치정부를 다시 갖도록 해주겠다고 제시하면서 스페인이 '압제자'가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거 때까지 최소한의 정부 기능 보장을 위해 (직접통치를 하는 것으로) 카탈루냐의 통치권을 정부가 접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 등 자치정부 수뇌부가 독립선언 직후 정부로부터 해임되고 나서 벨기에로 날아가 사실상 '망명정부'를 꾸린 상황도 작용했다.

푸지데몬은 브뤼셀에서 한 회견에서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독립공화국의 출범 절차를 다소 늦출 준비가 돼 있다"면서 독립의 대의를 유럽에 알리고 12월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에 '독립국'을 선언한 지도부가 외국으로 나가 스페인 정부가 제시한 조기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카탈루냐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에 불복종할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독립선언을 이끈 세력들이 갈팡질팡하면서 길 잃은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독립 열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상황도 스페인으로서는 '호재'다.

르몽드는 1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발 기사에서 "독립공화국은 카탈루냐에서 신기루였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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