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애완동물 키우고는 싶고, 폐 끼치긴 싫고… 일본인이 선택한 대안은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키우던 애완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애완동물(반려동물)을 기르는 것과 관련한 에티켓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가 사람을 문 사건이 정말 큰 뉴스가 됐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뒤 일본에서 ‘활성화(?)’된 독특한 시장에 눈길이 갔습니다. 바로 애완동물 카페입니다. 최근 한국에도 고양이 카페 등이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본만큼 다양하고 깊숙하게 생활 속에 뿌리내리진 못한 듯 합니다.

일본인 중에서도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애완동물 관련 산업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은 물론 ‘애견 미용실’ ‘애완동물 용품점’ 등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펫푸드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일본에서 개와 고양이 수는 1980만마리로 같은 기간 14세 미만 어린이(1590만명)보다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좁은 주거공간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迷惑をかけない)’는 인식 때문에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지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공동주거 건물인 맨션의 경우엔 임대 계약 조건에 ‘애완동물 금지’를 내건 집주인도 적지 않습니다. 외부에서도 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찾아보기 힘든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따르는 책임과 부담도 상당합니다.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애완동물 키우고는 싶고, 폐 끼치긴 싫고… 일본인이 선택한 대안은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이 애완동물 카페입니다. ‘고양이 카페(猫カフェ)’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개 카페’, ‘미어켓 카페’, ‘고슴도치 카페’, ‘염소 카페’, ‘부엉이 카페’ 등도 있다고 합니다.

카페 안에서는 고양이 등 애완동물들과 장난감 등으로 놀거나 간식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내다 가는 것입니다. 애완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느니 시간제로 돈을 내고 즐기겠다는 발상도 대단히 ‘일본적’이라는 느낌입니다.

고양이 카페의 경우, 통상 주인이 없어 살처분될 고양이를 보호하고 입양자를 찾아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만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고양이 카페는 일본에서 2004년 오사카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일본 전역에 200개소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카페 주 고객인 젊은 층 취향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는 고양이 카페도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할로윈 시즌에 맞춰 고양이와 방문객이 할로윈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점내에 동물카페를 설치해 방문고객 수를 늘리려는 백화점도 등장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최근 히로시마의 한 고양이 카페에선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 유니폼을 입은 고양이들과 함께 포스트시즌 응원을 하는 행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에선 폐업한 고양이 카페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가 썩거나 고양이 관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의 각종 동물 카페 관리는 한국에 비해 허술하지 않다는 인상입니다. 지난해 6월 도쿄도는 고양이를 적절하게 사육하지 않고 사육한 고양이 카페의 동물 취급업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고양이 숫자와 건강상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일본 환경부는 지난해 초 고양이 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정하고, 카페 내에서 고양이가 ‘전시’되는 시간을 1일 12시간 이내로 한정토록 했습니다. 11살이 넘는 ‘고령’의 고양이는 정기적으로 건강진단도 받도록 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활성화된 애완견 카페 산업, 어떻게 보이시나요. 너무 ‘가식적’이라고 느껴지시나요. 그저 ‘오타쿠 문화’의 일종에 불과할까요. “동물원과 차이가 무엇이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1회성 이벤트 방문’의 장소, ‘놀이의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해보이는 한국의 동물 카페와 달리 일본의 동물 카페는 애완동물을 사랑하지만 집에서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방문하는 장소라는 성격이 강한 인상입니다. 애완동물 에티켓 부담을 떨치고 애완동물과 교감하는 ‘합리적’ 측면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늘어나는 애완동물 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어떤 해법을 찾아나갈지 궁금해집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 형태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너도 나도 집안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고집할 경우, 에티켓과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의 선택이 무작정 따라할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조해 볼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