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뉴욕이나 런던 증시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중지할 수도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FT는 다섯 명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사우디가 최근 수주간 아람코를 주요국 증시에 상장하지 않고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일부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우디 타다울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은 여전히 실행 가능하며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FT는 설명했다. 상장하더라도 일러야 2019년 이후가 될 것으로 이 신문은 전망했다. 아람코 측에 자문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어떻게 계획이 바뀌든 중국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람코 상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가 지난해 4월 부왕세자 자격으로 발표한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핵심 축이었다. 그는 “석유중독 경제를 탈피하겠다”며 아람코 지분을 내년까지 5% 미만 범위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민간에 팔겠다고 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약 2조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FT 측은 해당 지분 가치가 약 1조달러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1조달러라 해도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 구상이었기 때문에, 뉴욕과 런던 증권거래소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이 계획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한 것은 IPO에 따르는 각종 부담 때문이다. 뉴욕이나 런던 등 국제 증시에 상장하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현금흐름표를 비롯해 각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우디 왕실 재정이 유리알처럼 드러나는 효과를 낳는다. 중국 등에 지분을 넘기는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비상장사로 남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덜하다. 사우디 증시에 일부 상장한다 해도 아람코에 한해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등 충분히 사우디 왕실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것도 IPO 시기 선택에 걸림돌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FT 보도를 부인했다. 아람코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IPO 계획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내년 IPO 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FT가 접촉한 일부 인사도 “IPO 자체를 폐기한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다기보다는 2019년 이후로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