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총기 참사로 美전역 충격…"10~15분간 자동화기 난사"
범인 호텔방서 숨진채 발견·화기 10정 발견…"사흘전 호텔 투숙"
美휴일밤 피로물들인 '악몽의 콘서트'…2만여명 겨냥 무차별총격
지난 1일 밤 10시 8분(미국 서부시간) 세계적 관광지인 미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여느 일요일처럼 2만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 스트립 지역에서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여유 있게 음악 축제를 즐기던 때였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컨트리뮤직 페스티벌의 피날레 무대였다.

음악 축제 '루트 91 하베스트' 무대에 오른 유명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이 자신의 대표곡을 열창하며 공연을 마무리할 무렵, 허공에서 느닷없는 총성이 울렸다.

"두두둑…두두둑…드르륵…드르륵…."
음악 소리와 뒤섞인 총격 음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효과음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공연은 중단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가수 알딘은 무대 뒤로 급히 몸을 피했다.

관중석의 환호는 곧바로 비명으로 바뀌었다.

현장에 있었던 라디오 시리어스XM의 진행자 슈테르머 워런은 "처음엔 폭죽이 불발된 줄 알았다"며 "세 번째쯤 됐을 때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말했다.
美휴일밤 피로물들인 '악몽의 콘서트'…2만여명 겨냥 무차별총격
약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5에이커(약 6만㎡) 크기로 콘서트장에는 총격 당시 2만2천 명이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콘서트장 건너편 만델레이 베이 호텔의 고층에서 번쩍하는 섬광이 보였다"고 전했다.

콘서트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호텔의 32층에서 총알이 쏟아졌고,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땅바닥에 몸을 숙이거나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흩어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쓰러졌다.

한 여성은 "엎드려!"라고 외쳤고, 곳곳에서 "뛰어(go) 뛰어 뛰어"라는 다급한 목소리도 들렸다.

무대 가까이 있었다는 한 여성은 CNN에 "사람들이 갑자기 내려오는데 왜 갑자기 피하는지, 누가 총에 맞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민들은 주변에 주차된 차량 밑으로, 건물 창고로 긴급히 몸을 피했다.

한 여성은 "내 딸이 없어졌다"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장면을 "사람들이 '죽음의 상자'에 갇힌 듯 했다"고 묘사했다.

총격은 한차례로 그치지 않았다.

범인은 탄창을 갈아 끼운 듯 잠시 멈췄던 총격을 이어갔다.

목격자들은 "총격이 10~15분간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CNN 형사분석가 제임스 가글리아노는 "총성을 들어보면 탄알 띠를 장착한 군사 화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美휴일밤 피로물들인 '악몽의 콘서트'…2만여명 겨냥 무차별총격
곧바로 경찰차 수십여 대가 스트립 지역에 집결했다.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은 범인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호텔 29층을 수색한 뒤 범행 장소였던 32층으로 올라갔다.

경찰은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주 메스퀴트에 사는 백인 남성 스티븐 패덕(64)이 범인이라고 밝혔다.

애초 경찰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급습하기 직전인 밤 11시께 자살한 채 발견됐다.

호텔방에서는 10여정의 총기가 함께 발견됐다.

미 당국은 '외로운 늑대형'(lone wolf) 단독범행으로 보이며, 국제 테러단체와의 연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패덕은 지난달 28일 호텔에 체크인했다.

휴일 밤 범행을 위해 사흘을 묵었다는 의미다.

참극은 1시간 만에 끝났지만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렁 커졌다.

최초 '2명 사망·24명 부상'으로 알려진 피해 규모는 가파르게 불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가 늘면서 사망자 58명, 부상자도 515명이나 됐다.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보다 더 끔찍한 최악의 참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월 첫 주를 맞은 미국.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참사로 미 전역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美휴일밤 피로물들인 '악몽의 콘서트'…2만여명 겨냥 무차별총격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