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건설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건설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이 저소득층 부(富)의 증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났다. 일자리가 늘면서 가계 소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택 가격과 증시 랠리로 자산 가치도 불어났다.

소수인종과 저학력층의 가계 소득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소득 격차를 좁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핫이슈] 잘나가는 미국 경제, 저소득층 주머니도 크게 불렸다
◆부동산·증시 호황…가계 富 증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3~2016년 가계재무조사(SC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가계의 중위소득(임금 이자 배당 등의 세전소득 기준)이 2013년 대비 10% 상승한 5만2700달러(약 6047만원)로 집계됐다. 이 기간 부동산 주식 연금 등 가계의 순자산 가치는 16% 상승했다. 앞서 나온 미국 인구통계국 조사에서는 지난해 미국 가계의 중위소득이 사상 최고치인 5만9039달러(약 6774만원)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0~2013년 가계의 중위소득과 순자산가치가 각각 5%, 2% 떨어진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2013년과 2016년 사이 소득분포 전반에 걸쳐 가계의 평균 실질소득이 개선됐다. 이는 그 전 3년간 악화 추세를 벗어나는 모습으로 평가됐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하락으로 가계 부담은 줄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평균 2.2%를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부의 가치가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계를 소득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을 말한다. 전체 소득을 가계 수로 나눈 평균소득이 중위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했다면 그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과 애플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한 혁신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회복했고, 부동산과 증시 랠리가 이어졌다. 에너지 IT 금융분야 기업의 실적 향상에 힘입어 올 들어 미국 전체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3년 1월부터 2016년 말까지 미국 산업군 대표 주식 30개로 이뤄진 다우존스지수와 미국 대기업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는 각각 47.3%, 53.1% 뛰었다. 주택가격지수도 28% 상승했다.

시장 호황은 가계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직결됐다. 가구당 평균 주식자산 가치는 2013년 27만8300달러에서 지난해 34만4500달러로 크게(23.78%) 늘어났다.

특히 소득 상위 10%의 자산 증식 효과가 컸다. 이들 가계의 주식보유량이 중상위층(소득 상위 50~89.9%)보다 아홉 배나 많았다. 상위 10%의 주식자산 가치는 이 기간 평균 99만9400달러에서 136만5500달러로 26.63% 불어난 데 비해 중상위층은 평균 13만6400달러에서 15만3000달러로 12.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접투자나 401k(미국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계 비중은 3년 새 48.8%에서 51.9%로 증가했다.

◆저소득층 중위소득 급증 이유는

가계 소득이 증가한 것은 일자리가 늘어나서다. 미국 실업률은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2013년 7.5%에서 지난 5월 4.3%로 떨어졌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가장의 학력이 고등학교 이하인 가계의 평균소득이 25% 급증하면서 대졸자의 소득증가율 15%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건설업 호황으로 이들 계층의 취업이 늘고 최저임금이 상승해서다.

켄 시몬슨 미국건설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년간 건설업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 건설 부문에서 주로 일하는 저학력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이엔 스웡크 DS이코노믹스 회장은 “2014년 중간선거를 계기로 여러 주에서 최저임금을 올린 것도 패스트푸드점 소매점 등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소득불평등 심화 개선 과제

저소득층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미미했다. 상위 1% 가계의 소득 비중은 2013년의 20.3%에서 23.8%로 커졌고, 상위 10% 가계의 소득 비중도 50.3%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로 집계됐다. 최상위 가계의 소득과 부의 점유율은 1989년 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자산 측면에서도 상위 1%의 비중이 전체의 38.6%로 3년 전 36.3%에서 확대됐고, 상위 10%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9년 66.8%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77.2%를 나타냈다.

인종별 소득 격차도 여전하다. 백인 가계의 중위자산은 지난해 17만1000달러로, 흑인 가계(1만7600달러)의 열 배나 된다. 히스패닉 가계의 자산은 2만700달러로 집계됐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소득불평등은 장기적인 경제생산성에 위협이 된다”며 “부자들은 저소득층에 비해 소득의 저축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