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 드라이브·소비세 인상·북핵문제 대응 '쟁점'
보수 고이케신당 '원전제로' 공약 눈길…민진 등 야권은 사학스캔들 추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8일 해산 발표로 다음달 22일 투개표가 실시될 예정인 일본 중의원 총선의 쟁점은 憲(헌법), 稅(세금), 核(핵) 등 3가지 한자로 표현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헌법개정, 여권이 던진 소비세 인상분의 보육·교육 분야 활용 카드에 대해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가질지가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베 총리가 취해온 강경 자세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변수다.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는 여권과 '원전 제로'를 내세우는 야권 사이의 정책 대결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권은 명분이 없는 꼼수해산이라는 비판과 정권 위기까지 불러왔던 사학스캔들의 파괴력을 경계하고 있다.
日총선의 3대 쟁점은 '憲·稅·核'… 꼼수해산·사학스캔들 이슈
◇ 주춤했던 아베 '전쟁가능국 개헌' 야욕, 동력 생길까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오랜 숙원이었던 개헌과 이로 인한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의 변신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평화 헌법 조항(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던진 뒤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지만,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이후에는 "개헌 시기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지지율이 올라갔고, 다시 '총선 압승 후 개헌 추진'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다만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전면적인 공약으로 내세우는 데에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난 7월 설문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개헌 추진 일정(가을 임시국회에서의 자민당 개헌안 국회 제출)에 대해 47%가 반대해 찬성(37%)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아베 총리는 25일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밝히면서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날 밤 NHK에 출연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슬며시 개헌 얘기를 꺼냈다.

개헌에 대해서는 극우인사 고이케 지사의 신당인 희망의 당도 아베 총리와 여당 자민당의 의견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개헌이 목적인 극우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적 있는 고이케 지사는 개헌에 대해 "헌법 9조 개정 논의를 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선 후 자민당과 희망의 당이 개헌 발의에서 연대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비해 민진당은 "안전보장 법제를 전제로 한 개헌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혀놓은 상황이다.

◇ 北風 타고 해산한 아베, 강경 일변도 정책 도마 위

"이번 선거에서 신임을 얻어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의연히 대응해 나가겠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밝히며 해산의 명분으로 북한의 도발을 내세웠다.

그는 북한 도발 상황을 저출산 문제와 함께 언급하며 해산의 이름을 '국난 돌파 해산'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가 해산을 표명하며 유독 북한 얘기를 많이 한 것은 북풍(北風)이 보수층을 결집해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8~10일 실시된 NHK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강경 일변도인 아베 총리의 대북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강경 대응이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한반도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산을 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으로부터 북 도발 상황을 안일하게 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민진당은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냉정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희망의 당은 북한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안보 면에서 여권과 기존 야권 사이의 중간 지대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 '재정 건전화' 미루기…아베노믹스 '쟁점'

소비세 인상 문제는 아베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쟁점이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15년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경기 회복이 늦어지자 두 차례 이를 연기했고 현재는 2019년 10월을 소비세율 인상 시점으로 잡고 있다.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은 5조4천억엔(약 54조8천억원)으로 예산되는데, 아베 총리는 재정 건전화에 투입할 4조엔 중 절반 가량인 2조엔을 3~5세 보육 완전 무상화, 0~2세 저소득층 보육 무상화, 고등교육비 절감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재정 적자를 한동안 방치하고 대신 눈에 띄는 선심성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이런 계획에 대한 평가를 해산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런 공약이 이행되면 일본 정부가 목표로 했던 재정 건전화 목표 달성 시기가 2020년 이후로 늦춰지는 만큼, 아베 정권의 공약에 대해 비판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에 대해서는 민진당이 자민당과 비슷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반면, 희망의 당은 '실감 없는 경기 회복'이라며 아베노믹스를 비판하고 있다.

◇ 野, 꼼수해산·사학스캔들 '공격'…오만한 국정운영 '심판'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재가동 정책을 활발히 펴고 있는 자민당과 원전 제로(0)를 외치는 희망의 당, 민진당 사이의 공약 차이가 선명하다.

민진당이 일찌감치 '2030년대 원전 제로'를 당론으로 정하긴 했지만, 관련 이슈가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보수 성향인 희망의 당이 '원전 제로'를 공약에 넣으면서부터다.

고이케 지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출사표를 던진 직후 '원전 제로'를 주창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만나며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선거에서는 이와 함께 이번 해산의 정당성 문제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에 대한 추궁을 피하려고 해산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민진당과 희망의 당은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 등 기존 야권은 집단적자위권법(안보법제)이나 테러대책법(공모죄법) 등 그동안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해왔던 아베 정권에 대한 심판론도 제기할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