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학력 저하세대' 오명
변하는 사회 대응력 높아
일본 경제 부활 발판 역할
최근 10여 년간 일본 사회에서 가장 널리 쓰인 멸칭(蔑稱)은 ‘유토리(ゆとり·여유)세대’다. 1987~1996년 태어난 이 세대는 교육시수와 교과내용이 대폭 줄어든 ‘유토리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로 ‘학력 저하 세대’를 뜻했다. 나중에는 젊은 층을 비하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현재 21~30세인 유토리 세대는 일본 경제의 기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뉴재팬’을 대표하는 새 얼굴이라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학령기에 휴대폰과 인터넷 등 신기술 세례를 받았고, 경기침체기에 유년기·학령기를 거치면서 견실하고 낭비가 없으면서도 안정을 중시하는 세대 특성이 일본 경제 부활의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토리 세대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른 첫 세대로 평가받는다. 재평가는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일본 순위가 크게 오르면서 시작됐다.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2002년 시행된 유토리 교육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발휘된 결과 2012년 PISA 순위가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토리 교육이 단순한 문제 풀이가 아니라 지식의 창의적 응용·활용 능력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토리 교육의 이념은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 사회에 진출한 유토리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문제 대처 능력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개인주의적이고 끈기가 없다는 선입견 역시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능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고 보는 시각이 늘었다.

이처럼 인식이 바뀐 것은 경기가 회복한 영향이 크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차분히 과거를 돌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사회에 진출한 일부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취업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기에 사회와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도 높다.

교육 칼럼니스트 와타나베 아쓰시는 “이들은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온 뒤의 힘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은 일본의 첫 세대”라며 “일본판 4차 산업혁명인 ‘소사이어티 5.0’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요코하마=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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