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도쿄 본사 1층에 3차원(3D) 프린터 등을 갖춘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다.  /소니 제공
소니는 도쿄 본사 1층에 3차원(3D) 프린터 등을 갖춘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다. /소니 제공
일본 도쿄 번화가 시나가와 한복판에 자리잡은 소니 본사 1층.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라고 이름 붙은 공간에서 일반 복장을 한 엔지니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실험을 반복했다. 3차원(3D) 프린터나 레이저절삭기 등을 이용해서 그런지 업무인지 놀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이 라운지는 사내 신사업 육성 프로그램 ‘SAP(Seed Acceleration Program)’의 산실이다. 2014년 첫 오디션을 시작한 이래 아홉 차례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렸다. 제시된 600여 건의 아이디어 중 8개가 사업화됐다. 시계 밴드에 각종 센서 등을 집적해 아날로그 시계 외형에 전자화폐 및 스마트폰 연동기능 등을 갖춘 전자시계 ‘웨나(Wena)’ 등이 결과물이다.

SAP는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가 입사 3년 이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설됐다. ‘수직적 조직구조로는 펼치고 싶은 꿈을 구현하기 불가능하다’는 불만을 듣고서다. 입사 1년차 직원이라도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2년차부터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할 수 있다.

히라이 CEO는 “양적 경쟁으로는 한국이나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다”며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촉구했다. 2013년 취임 이래 보유 부동산 매각은 물론 1만 명을 구조조정하는 등 뼈를 깎는 반성 위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소니는 창사 70년을 맞은 2014년 주주들에게 ‘무배당’을 선언할 정도로 ‘잇쇼켄메이(一生懸命·목숨을 걸고 일을 함)’를 생활화했다.

‘양적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에 사활을 걸었다. 히라이 CEO는 소비자 감성을 터치하는 소니만의 ‘가온(音·화질과 음질)’이 묻어나는 차별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시각과 청각 등에서 소니만의 색깔이 담긴 ‘감성가치’ 구현에 집중했다.

소니는 ‘V자’를 그리며 부활했다. 지난 2분기 대당 1500달러(약 170만원) 이상 프리미엄TV 부문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36.1%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4~6월 순이익은 808억7100만엔(약 8159억원)으로 지난 1년(2016년 4월~2017년 3월) 전체 순이익(732억8900만엔)보다 많았다.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3% 증가한 5000억엔(약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