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숨진 대지진 32주년에 수도 멕시코시티 등 덮쳐…한인 1명도 실종
맨손으로 잔해 헤치며 밤새 필사의 구조작업…매몰 많아 사상자 늘어날 듯


19일(현지시간) 멕시코를 강타한 지진 사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최소 2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4분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 주(州) 라보소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났다.

진원의 깊이는 51㎞로 관측됐다.

공교롭게도 이 지진은 멕시코 역사상 가장 많은 1만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1985년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32년 만에, 또 지난 7일 멕시코 역사상 규모로는 가장 큰 8.1 강진이 발생한 지 불과 12일 만에 멕시코시티를 덮쳤다.

대지진 32주년을 맞아 대피 모의훈련을 하던 시민들 중 일부는 지진 경보를 듣고도 훈련 상황으로 착각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강한 진동이 지속되자 깜짝 놀란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나,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되면서 사상자 수를 키웠다.

멕시코 민방위 당국은 현재까지 사망자 수를 최소 216명으로 추산했다.

한때 248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가 다소 줄였다.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수도 멕시코시티에 집중됐고, 인근 모렐로스·푸에블라·멕시코·게레로 주에서도 적지 않은 사망자가 나왔다.

미겔 앙헬 만세라 멕시코시티 시장이 현지 방송을 통해 모두 44곳에서 건물이 붕괴됐다고 밝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한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이날 강진 여파로 멕시코시티의 한인 소유 5층 건물이 무너졌으며, 이 건물에서 일하는 이모(41) 씨가 연락이 두절돼 생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안타까운 곳은 초등학교 붕괴 현장이다.

당국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남부 코아파 구(區)에 있는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가 무너져 학생 21명, 성인 4명 등 모두 2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에는 30명의 학생과 8명의 성인이 매몰된 건물 아래 갇혀 있어 필사의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찰과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이 삽과 곡괭이 등의 장비와 탐지견은 물론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매몰된 학생들 중 2명이 모바엘 메신저인 '왓츠앱'으로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학교를 찾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며 구조 작업을 독려하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피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직 우리는 잔해 밑에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계속 통신수단을 가까이 해달라. 최신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6층짜리 아파트 단지, 슈퍼마켓, 공장 등 다양한 건물들이 무너졌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지진으로 멕시코시티에서 200만 명이 단전과 통신 두절로 불편을 겪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의 40%, 모렐로스 주의 60%에서 전기가 끊긴 상태다.

지진 피해가 불어나면서 주변국으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도 속속 전달되고 있다.

국경 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 문제로 멕시코와 갈등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시티 시민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위터에서 "멕시코시티로부터 엄청나게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캐나다는 우리의 친구를 도울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해 불과 2주일 전인 7일에도 남부 치아파스 주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일어나 최소 98명이 숨진 바 있다.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강건택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