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에 비해 담배를 피우는 것에 ‘관대한(?)’사회 입니다. 아직도 대부분 식당이나 술집에서 주변에 사람이 있건 없건, 주변에 어린이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커피숍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불법은 아닙니다. 금연장소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20여년전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이미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1336~1573년) 부터 여성용 옷인 기모노를 망토처럼 걸치는 등 요란한 옷차림으로 길거리에 떼를 지어 다니며 담뱃대를 입에 물었던 그 시대의 ‘펑크족’ 가부키모노(かぶき者)가 존재했던 것처럼 담배가 오랜기간 일본 사회와 문화에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연초(煙草)라고 쓰고, 흔히 ‘다바코’라고 읽는 담배는 일본 생활에 깊숙이 반영돼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삶이자 사회문화, 한순간의 즐거움이고 비흡연자에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불쾌함으로 비치겠지만 정부 당국자 눈에는 담배는 그저 ‘돈’으로 보일 듯 합니다. 바로 담배 한개피, 한개피가 중요한 ‘세수’이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일본에서 전자담배가 늘면서 일본 세수당국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원인 담배세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결국 전자담배에 대한 증세카드를 일본 정부당국이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열식담배로 불리는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인상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기도 안나오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고 알려진 전자담배는 일반적인 담배보다 세율이 낮아 담배세수를 줄이는 ‘주적’으로 세무당국의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2015년 가을 미국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이 선보인 ‘아이코스’ 판매가 시작됐고, 올 10월에는 영국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글로’라는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일본의 전자담배 판매액은 2016년 2219억엔에서 2020년에는 4배가 넘는 9941억엔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반면 기존 담배시장 규모는 2016년 3조6000억엔에서 감소추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에 일본 재무부는 전자담배 인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관련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 연말이 일본 전자담배 세금이 인상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담배의 경우 한갑당 세금이 12.244엔, 1상자에 240엔의 세수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전자담배의 경우엔 1상자에 34~192엔의 세금을 거두는데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전체 담배세수가 2조엔 정도로 안정돼 있지만 세수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미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담배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증세에 대한 반대가 심해진다. 보급이 확산되기 전에 증세하는 편이 좋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이라고도 합니다. 일본 정계에서도 공개적으로 동의를 표시하는 인물들이 늘고 있다네요. 일본에서 담배 세율은 1998년부터 2014년 사이에 3회 인상됐다고 합니다. 이제 타깃은 전자담배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과거 담배세 인상 시기 전자담배 판매가 잠시 급증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의 세수 관련 당국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한국의 전자담배도 세금인상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기간도 길어 보이진 않습니다. 안그래도 뉴스를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현재 126원(1갑, 연초 6gㆍ20개비) 수준인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와 동일한 594원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서 논의되고 있다네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흡연자들께선 국가재정에 좀 더 기여하시던지, 금연의 길로 다가서던지 해야할 것 같습니다. 흡연자 입지가 좁아지는 데에선 ‘운명 공동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