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과 불법체류 청년(일명 드리머·dreamer)을 보호하는 새 법안을 만들기로 의견을 접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세제 개편에서 “부자가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며 민주당의 ‘부자 감세’ 우려를 잠재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후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 대상자 보호에 필요한 입법을 이른 시일 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멕시코 장벽을 제외한 국경치안 패키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DACA 폐지에 따라 추방 위기에 처한 80만여 명의 드리머를 구제하는 걸 돕고, 민주당은 트럼프가 원하는 국경치안 강화에 쓸 예산 증액에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는 여당인 공화당 반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 건설도 계속될 것이라고 또 다른 트윗을 올렸다. 이후 14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서는 “(DACA와 관련해 민주당과) 거의 합의 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하며 합의를 부인했던 것을 번복했다.

DACA 프로그램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도입했다. 16세 이전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뒤 5년 이상 거주하고, 재학 중이거나 취업 중인 31세 미만 청년이 대상이다. 해당 한국인은 1만7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추방 유예기간은 2018년 3월5일까지다.

이날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 개편에 대한 공감대 마련을 위해 열었다. 그는 만찬에 앞서 “세제 개편에서 중산층 감세와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부자들은 아마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며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도 슈머·펠로시 원내대표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3개월간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주 연속 현안 협의에서 공화당은 소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당적 행보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통과된 위대한 법안들은 모두 초당적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오바마케어(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제도)를 대체할 ‘트럼프케어’ 처리 실패 등으로 공화당에 대한 불신이 쌓이며 당·정 기류가 냉랭하게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어도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