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미국과 캐나다 도시 중 한 곳에 제2본사 사옥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은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가운데 건물).
<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미국과 캐나다 도시 중 한 곳에 제2본사 사옥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은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가운데 건물).
‘일자리 4만 개, 임금 257억달러(7년6개월간), 연간 바이어 등 방문객 23만 명, 연관 고용창출 5만3000명, 연관 직·간접 투자 380억달러.’

2010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서 시애틀시 도심으로 본사를 옮긴 뒤 시애틀에서 발생한 경제 효과다. 시애틀은 이후 인구가 11만 명(18%) 증가하며 미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기업이 성장하면 도시도 덩달아 발전한다는 게 확인된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캐나다의 수십 개 도시가 아마존이 짓겠다는 제2본사를 유치하겠다며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아마존 본사 들어오고 7년…시애틀, 이젠 뉴욕보다 잘산다
급성장하는 아마존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뒤흔들며 질주하고 있다. 2010년 342억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약 4배인 1359억달러로 증가했다.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3만3700명에서 38만2000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매년 40% 넘게 불어났다. 이는 최근 인수를 마친 유기농 식료품 유통체인 홀푸드의 임직원(8만7000명)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 1월 발표한 대로 내년 6월까지 10만 명을 추가 고용 중이다.

홀푸드를 인수하며 신선식품 시장에 본격 뛰어든 아마존은 의류, 티켓 판매사업 등으로도 확장할 태세다. 제2본사를 짓겠다고 나선 게 무리가 아니다.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이미 아마존으로 포화상태다.

1994년 시애틀 인근 벨뷰에서 설립된 아마존은 2010년 시애틀 도심으로 본사를 옮겼다. 당시 3000~4000명이던 본사 임직원이 매년 급증해 올해 4만 명을 넘어섰다. 해마다 이들을 수용할 빌딩을 대여섯 동씩 짓거나 사들여 현재 33동에 달한다. 시애틀 전체 사무실 면적의 19%(75만㎡)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 임직원들 때문에 집세가 폭등한다며 시애틀 시민 일부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동반성장해온 시애틀

지난해 9월 시애틀 지역 신문들은 일제히 “2015년 시애틀 중간소득 가구의 평균소득이 1년 새 1만달러나 증가해 8만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뉴욕시 맨해튼의 7만5000달러보다 많으며 미국 평균인 5만3000달러에 비해 약 40% 많은 소득이다.

미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가 되면서 시애틀 인구도 매년 증가했다.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포함하면 320만 명에 달한다. 미국 서부에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 서북부 변두리에 있는 도시가 선망받는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애틀에 둥지를 튼 기업이 번창하면서 동반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시애틀 인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 코스트코홀세일 본사가 있고 스타벅스는 시애틀에서 성장했다. 보잉은 몇 년 전 시카고로 옮기기 전까지 시애틀에 본사를 뒀다.

최근 8년간 시애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건 도심에 있는 아마존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마존은 2010년부터 시애틀 부동산 매입에 37억달러를 썼고, 빌딩 운영비로 14억달러를 지출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에게 준 임금은 257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투자로 시애틀에 생겨난 연관 투자가 380억달러, 부가적으로 생겨난 일자리는 5만3000개라고 아마존 측은 추산했다.

기업이 도시를 키운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는 실리콘밸리가 꼽힌다. 중간소득 가구의 평균소득이 9만8000달러에 이른다. 그 기반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텔 엔비디아 등 수많은 우량 기업이다.

반면 철강 자동차산업이 무너진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은 도심이 슬럼화돼 기피 도시가 됐다. 시애틀과 실리콘밸리는 도시와 현지산업·기업이 흥망을 같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며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게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아마존이 7일(현지시간) 북미에 제2본사를 짓는다고 하자 하루 만에 유치전에 뛰어든 곳이 10곳을 훌쩍 넘는다.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보스턴 애틀랜타 워싱턴DC 덴버 댈러스 필라델피아 미니애폴리스 내슈빌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볼티모어 등이다. 캐나다에선 토론토 등이 도전장을 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즉각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해 시카고가 가장 적합하다고 설득했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아마존이 동부 해안지역에 사옥을 두고자 한다면 보스턴보다 더 좋은 도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는 “뮤리엘 바우저 시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회를 잡으라고 지시했으며, 이미 아마존 측 조건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초기 지출 및 운영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지역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짜 부지와 세금 감면혜택 등을 달라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금을 감면받기 위해 ‘도시 쇼핑’을 하는 기업은 드물지 않지만 이를 대놓고 요청하는 곳은 드물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부지 제공, 세금 감면, 공동투자 등 사상 최대의 기업 유치 인센티브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업체 더프앤드펠프스의 그렉 버카트 컨설턴트는 “아마존의 제2본사를 유치하면 잘사는 중소 규모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추가영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