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하셨던 분 중에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이나 편의점, 주요 공공장소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셨던 분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금결제 비율이 높은 일본에서 카드만 덜렁 들고 왔다가 낭패를 본 여행객 중에 ATM이 없었으면 큰 곤욕을 치를 뻔했을 분도 있을 것 같구요. 그런데 혹시, 돈을 뽑은 ATM의 브랜드를 유심히 보신 적이 있나요.

일본에서 최근들어 ATM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은행’이 설치한 ATM이 빠르게 줄고, 대신 그자리에 편의점이 설치한 ATM이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역 같은 공공 장소에 편의점이 ‘출점’한 신규 ATM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반면 은행은 비용절감을 위해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는 ATM망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는 올 2월 신축된 시마네은행 본점에는 시마네은행 ATM 대신 지금까지 없던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ATM회사인 세븐은행이 마련한 ATM이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조요은행도 이바라키현에 세븐의 ATM 2기를 배치했다고 합니다. 모두 자체비용으로 ATM을 설치하려면 ‘억엔(10억원) 단위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 은행처럼 지점과 지방에 자사 ATM대신 세븐의 ATM을 둔 지방은행은 최근 2년간 빠르게 증가해 약 20개 은행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방은행 뿐 아니라 신세이은행도 대형은행 중 처음으로 올 6월하순에 자사ATM을 세븐ATM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대신 세븐의 ATM은 확장을 거듭해 2016년말 현재 일본내 ATM 설치 대수가 2만3000대를 넘고, 하루평균 22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네요.

일본에서 ATM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 일본인의 생활에 깊숙이 녹아들었지만 이제 ATM에서 손을 떼려는 은행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은행들이 ATM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것은 편의점에 설치된 ATM이 급증했기 때문이랍니다. 2001년 이후 편의점ATM이 급증해 최근 15년간 약 5만5000대가 늘었다고 합니다. 반면 시중은행 ATM은 10%정도, 지방은행은 5%가량 감소했답니다.

각 지점 ATM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은행으로선 비용만 느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가격경쟁력도 밀려 은행의 ATM이 대당 300만엔인 반면 편의점 ATM은 대당 100만엔대 후반으로 30%이상 싸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은행은 계속 지점의 ATM을 줄이고, 그 자리는 편의점 ATM이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어떤 기업은 고비용이라고 손을 떼는 시장에서, 어떤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교우위고, 시장의 효율(무서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