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3개 지역에서 수입하는 타이어 원료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통상법 301조를 적용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시작하자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31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를 통해 기업들의 반덤핑 조사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 세 곳에서 수입하는 수소첨가 부틸 고무(HBR)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이날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입한 물량을 대상으로 내년 8월까지 진행한다. 특별한 상황이 있으면 2019년 2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저장성 신후이신소재 등 두 개 기업이 업계를 대표해 조사를 신청했다”며 “이들 기업은 3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수입됐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HBR은 자동차용 타이어, 내열 튜브 및 케이블, 컨베이어벨트, 약품 마개, 접착제 등에 주로 사용된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HBR 6만1000t(1억5000만달러)을 수출했다. EU는 4만5000t(1억달러), 싱가포르는 4만t(9300만달러)을 수출했다.

이번 조사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반격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8일 미국과 일본산 광섬유 모재(母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22일 미국과 EU산 비분산형 단일모듈 광섬유의 반덤핑 관세를 상향 조정할 방침을 내비쳤다. 29일엔 젖소 사료로 쓰이는 미국산 클로버(350t)가 유전자 조작식물로 판정됐다며 반송 조치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완전히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이며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