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차량돌진 생존자들 생지옥에 몸서리
"사람치는 꽝! 소리 총성인줄…어른·아이 비명 아수라장"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차량돌진 테러를 겪은 이들이 떠올리기 끔찍한 사건 순간을 증언했다.

18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휴가철마다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는 테러 경험자들에게는 떠올리기 힘든 '생지옥'이었다.

람블라스 거리는 스페인 제1의 관광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거리 곳곳에 꽃, 기념품 등을 파는 노점과 노천카페, 술집, 식당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이 여유로운 거리가 무게 2t의 승합차에 의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했다.

뜨거운 오후 햇살을 만끽하려고 거리를 찾았다가 초저녁을 맞은 관광객과 시민은 돌진한 차량에 몸이 치이거나 깔려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차량이 질주하는 동안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와 숨진 채 미동도 않는 시신이 거리를 채웠고, 아이를 태우고 온 유모차들이 나뒹구는 모습도 포착됐다.

거리를 뒤흔든 '꽝'하는 소리에 총격인지 알고 몸을 숨긴 생존자도 있었다.

이들은 굉음이 승합차가 사람을 치는 소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끔찍함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브랜던 시싱은 텔레그래프에 "흰 승합차가 사람들을 치기 전 시속 100㎞의 속도로 질주했다"며 "차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돌진했고, 그들을 다 쓰러뜨린 후에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차가 멈추자 곳곳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차 밑에 깔린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작이라고 이름을 밝힌 한 목격자도 "승합차가 시속 80㎞의 속도로 사람들을 치고 나아갔다"며 "꼭 옥수수밭을 질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한 스페인 택시 운전사는 "승합차가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주 빠르게 거리를 달렸다"고 "차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치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한 생존자들도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고 도망쳤고, 인근 상점 등으로 몸을 숨겼다.

당시 람블라스 거리에서 헤드폰을 쓰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었던 영국인 목격자 리암 설은 테러 차량이 그의 바로 옆에 멈추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꽝'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이 차량인지, 폭탄인지, 총을 든 테러범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며 "모든 사람이 몸을 숨겼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질주하던 차량이 멈춰 서자 차에서 내리는 범인들을 피해 사람들은 인근 재래시장 '라 보케리아'를 대피했고, 상점들은 이들을 안에 대피시킨 뒤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람블라스 거리가 가족들이 많이 찾는 장소인 만큼 어린아이들의 피해도 컸다.

목격자 아메 안와르는 영국 가디언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한 여성이 멈추더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며 "그의 아이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테러를 피해 인근 리세우 오페라하우스에 대피한 한 목격자도 "경찰관과 응급의가 6∼7살가량 된 여자아이를 치료하고 있는 장면을 봤는데 아이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며 "더는 그 광경을 볼 수 없어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니 도저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충격이다"라고 했다.

올해 초 런던에서 잇따라 차량·흉기 테러를 목격한 영국인들은 이번 테러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런던에서는 테러범 3명이 승합차를 런던 브리지 인도로 돌진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인근 버러 마켓에서 마구 흉기를 휘두르다 무장경찰에 의해 사살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스티브 개릿은 "이번 테러는 나에게 런던에서 벌어진 테러를 연상시켰다"며 "그래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

함께 피신했던 한 여성이 총성을 들었다고 말했고, 두려움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날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 관광지 람블라스 거리에서 한 승합차가 관광객과 시민을 향해 인도로 돌진, 최소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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