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유럽 가는 최단·최저비용 경로…난민 유입 폭증
스페인 당국, 난민 중에 IS 조직원 끼어드는 상황 가장 우려
8세기 지배한 무슬림 축출하고 가톨릭왕국 수복 경험…일부 세력 '복수' 언급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무차별적인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하면서 유럽에 더는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서유럽의 프랑스,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 최근 몇 년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등을 배후로 한 각종 테러가 잇따라 일어났지만,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이런 '테러 광풍'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꼽혀왔다.

스페인에서 일어난 가장 큰 테러는 지난 2004년 3월 수도 마드리드 기차역의 폭탄 테러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연계된 세력이 아침 출근 시간에 동시다발 폭탄테러를 일으켜 191명이 숨지고 2천 명이 다친 사건은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서구에서 일어난 테러로는 미국의 9·11 동시다발 테러 이후 최대 규모였다.

스페인에서는 2006년과 2008년에도 폭탄테러가 일어난 적이 있지만, 이는 바스크 지방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세력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의 소행으로, 최근 2∼3년 사이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마드리드 폭탄테러 이후 스페인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를 배후로 한 테러의 '무풍지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드리드 테러 이후 스페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테러세력을 소탕에 나섰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대대적인 테러세력 색출에 나선 것처럼, 스페인 역시 당시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테러 예방 활동을 벌여왔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한 해에만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혐의로 69명을 체포했고, 올해도 테러를 모의하거나 실행하려던 일당을 수차례 일망타진하면서 현재까지 수십 명을 체포했다.

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에서는 IS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국적자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 것과 달리, 스페인 출신으로 IS에 가담한 인물들은 160명 안팎(스페인 정부 집계)에 불과한 것 역시 상대적으로 스페인이 테러 안전지대로 꼽힌 이유 중 하나였다.

아울러 2015년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스페인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 IS 조직원들의 테러 표적이 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IS와 그 연계 세력들은 공습에 참여한 국가들을 주요 테러 표적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로 더는 스페인도 안심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스페인의 테러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요인은 급속도로 불어나는 난민 유입이다.

해상 루트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스페인땅을 밟은 불법 이민자는 작년 한 해 파악된 것만 8천162명으로, 한 해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페인으로 밀입국한 북아프리카 난민만 7천500여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천600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06년의 기록적인 난민 입국자 수(3만9천180명)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들어온 밀입국자는 매년 갑절가량의 증가율을 보이며 최근 수년 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해로를 통한 스페인 밀입국이 계속 급격히 느는 것은 여전히 지브롤터 해협과 지중해를 거쳐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유럽으로 가는 최단거리이자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당국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난민 중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헬 지대에서 암약하던 IS 연계 테러집단의 조직원들이 끼어드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스페인은 무슬림을 몰아내고 가톨릭 국가를 수복한 경험 때문에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공공연한 표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베리아반도의 가톨릭 왕국들은 '레콩퀴스타'(국토회복운동) 전쟁 끝에 1492년 무슬림을 축출했다.

이를 두고 일부 IS 연계 세력은 과거 이슬람 제국이 8세기 가까이 스페인을 지배했던 것을 언급하며 스페인을 '복수'의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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