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 노력에도 '철통방어' 불가능…"결국은 누군가 가혹한 교훈 체험"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일어난 테러는 최근 테러동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분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주요 지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보면 차량을 이용하고, 무차별 피해자를 양산하며, 수사당국의 노력에 한계를 보여준다는 공통분모가 있는데 바르셀로나 테러가 바로 여기에 꼭 들어맞는 사례라는 점에서다.

최근 유럽에서 줄줄이 일어난 테러를 보면 차량은 새로운 테러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올해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 지난해 독일 베를린 등에서 일어난 테러에는 승용차, 승합차, 트럭 등 종류만 다를 뿐 모두 차량이 동원됐다.

이처럼 차량이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한 것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인지를 떠나 이 방법이 '먹힌다'는 인식이 테러 조직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차량은 다른 무기나 폭탄을 이용한 테러와 달리 수중에 넣기 쉽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점도 있다.

이런 이점은 특히 IS 같은 테러 조직의 일원이 아니지만 이런 조직에 영향을 받은, 무기를 확보하거나 훈련을 거치기 어려운 개인 테러범에게 이상적인 수단으로 간주된다.

과거와 달리 테러 장소나 피해자가 불특정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IS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테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에 특정한 타깃이 있었다.

예컨대 9.11 테러 때 알카에다가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미국의 군사·정치·경제의 상징 격이라고 판단해서다.

알카에다가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동시다발 폭탄테러를 일으켜 200여명이 숨지고 1천200여명이 다친 사건도 스페인의 이라크 파병에 항의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일반 대중을 표적으로 한 무작위 공격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으나 오늘날 IS의 테러 장소나 대상, 방법은 무차별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공장소를 선호하면서 의도치 않은 외국인 관광객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한 곳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테러를 자행한 것은 애초 타깃을 외국인 여행자로 삼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바르셀로나 테러는 테러 방지를 위한 수사당국의 노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최근 테러 공식을 답습한다.

1990년대 이슬람 세력과 교전을 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 정보당국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대테러 활동 앞서는 것처럼 보였으나 예산 부족에 국내 및 해외 기관과의 정보 공유 한계로 2014년 이후 반복되는 크고 작은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2004년 이후 테러 예방을 위해 정보기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공을 들인 스페인도 2008년 대규모 테러 음모를 사전 적발하는가 하면 지난해도 각기 다른 10개 테러 시도를 추적해 무산시키는 공을 세웠다.

그 덕에 유럽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에도 스페인은 이번 바르셀로나 테러 전까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결국 13년 만에 악몽이 재현됐다.

이는 수사당국의 대테러 활동에도 '철통 수비'는 불가능한 현실을 보여준다.

가디언은 "영국인들이 얼마 전 깨달았듯 테러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이슬람 군사조직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은 누군가가 가혹한 교훈을 체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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