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서 누락하거나 은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195개국이 2015년 12월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이 ‘사상누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어떤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국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연구진 등과 함께 탐사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은 해마다 온실가스인 사염화탄소를 1만~2만t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보고 내역에 이 가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냉장고의 냉매 등으로 많이 쓰인 사염화탄소는 오존층 파괴 물질로 지목돼 2002년 이후 유럽에선 사용이 금지됐다. BBC는 중국이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목록이 고작 30페이지에 불과하다며 수백 장짜리 문서를 제출한 영국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온실가스 내역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슈테판 라이만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은 “2008~2010년 이탈리아 북부의 수소불화탄소(HFC)-23 배출량이 연 60~80t으로 추정되는데도 연 2~3t밖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냉매인 HFC-23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1만4800배나 큰 물질이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흔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 수치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아니타 가네산 연구원은 세계 가축의 15%를 키우고 있는 인도는 메탄가스 배출량 자료의 불확실성이 5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오차범위가 ±50%라는 뜻이다.

인도가 제출한 이산화질소 배출량 오차범위는 무려 ±100%다. 러시아의 메탄가스 배출량도 보고된 것보다 30~40%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각국이 온실가스 목록 작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협상하고 있는 단계지만 보완책이 제대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국제기후연구센터 소속 글렌 피터스 교수는 “데이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파리협약은 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성대한 말 잔치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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