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미·중 '살벌한' 군비 경쟁… 전략 무기에 돈 쏟아붓는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동북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중국해 분쟁 등 태평양 지역의 군사 갈등이 심해지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은 최대 규모 국방예산을 책정하며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건군 90주년 열병식(사진)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했다. 일반에 처음 공개된 ICBM 둥펑(DF)-31AG는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 무기로 쓸 수 있는 ‘핵상겸비형’ ICBM이다. 최신 지대공미사일 훙치(HQ)-22와 HQ-9B, 스텔스 무인기 등을 공개하며 중국군이 첨단 무기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국방예산 1조위안(약 167조4300억원)을 돌파했다. 당국이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대비 7% 안팎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예산은 9543억위안이었다. 중국은 자국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증액폭을 기록하고 있으며 공식 수치에 잡히지 않는 예산까지 감안하면 실제 국방비는 2~3배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늘어난 국방비를 바탕으로 항공모함, 최신예 전투기 제작을 늘리고 있다. 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에 이어 첫 국산제작 산둥함을 진수하며 ‘해양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6년 안에 항모 4척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정찰·전투용 드론을 개발해 국제 시장에 진출하는 등 첨단무기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14일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국방예산법안을 처리했다. 내년 국방예산은 6960억달러(약 788조9160억원)로 지난해 6190억달러보다 12.4% 늘어났다. 이번 국방 법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투 능력 강화와 미사일 방어다. 미국 공군 스텔스전투기 F-35, 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 해군 전투기 F/A-18 등 첨단무기 확충에 300억달러가 증액됐다.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 예산 125억달러도 책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액수보다 25억달러 많다. 상원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명문화됐다.

중국과 북한을 지척에서 상대해야 하는 일본도 군사비를 늘렸다. 일본의 방위예산은 5조1251억엔(약 51조6979억원)으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다. 한국 국방예산보다 30% 이상 많다. 일본은 이지스함과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등 군사 장비 확충과 함께 ‘적극적 평화주의’를 앞세우며 군사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