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등 겨냥 군사훈련 강화
러시아-서방 관계 급랭… 나토 "냉전시대 후 최악" 우려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사이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냉전 시대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슨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냉전 이래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에서 "우리와 러시아 관계는 매우 위험하며 사상 최저 수준이다"라고 이날 오전 밝힌 뒤 나온 것이다.

또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냉전이 끝나자 우리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의 불법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지속된 불안정 행위 이후 양측의 관계는 상당히 악화해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서방 관계 급랭… 나토 "냉전시대 후 최악" 우려
그는 나토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군사적 억제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한 (갈등의) 심화와 신냉전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와의 정치적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은 이러한 군사적 억제책의 하나로 러시아를 겨냥한 전 세계적 차원의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미군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공군 준장 존 힐리는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미군은 점점 더 공세적이 돼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 위협에 좀 더 잘 대비하기 위해 좀 더 국제적인 훈련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이나 일부 군 영역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9개 전투사령부 전체가 참여해 육·해·공과 우주, 사이버 공간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걸쳐 국제적으로 통합된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힐리는 특히 유럽에서 주로 집중하는 대상은 러시아로, 내달 벨라루스에서 예정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3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1천 명 규모의 방공 및 통신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고위 미군 인사들은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벨라루스 주둔 병력 증강을 위한 구실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과 나토군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 접경국가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에 각 1천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유럽에서 병력과 훈련을 강화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내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러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한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 파문이 계속 확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 최근 연방 상·하원이 통과시킨 러시아 추가 제재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고, 러시아가 보복조치를 선언하며 격하게 반발하면서 양국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주간지 슈테른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국, 중국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유럽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동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랐지만, 이러한 기대는 좌절됐다"면서 "중국인들은 현재 존재하는 초강대국은 오직 두 나라, 중국과 미국뿐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인들은 또 새로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나아지기를 바랐지만, 이 기대 역시 좌절됐다"면서 "이것이 러시아인들이 지금 다시 유럽 쪽으로 조심스럽게 방향을 틀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정은 기자 shin@yna.co.kr,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