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X 새 '비밀병기'는 신재생에너지 담는 소금배터리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비밀연구소 X가 소금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을 공개했다. 무인자동차, 배달용 드론(무인항공기), 증강현실을 이용한 구글글라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한 X가 이번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값비싼 에너지 저장방식이 태양열·풍력발전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만큼, 구글의 ‘소금배터리’가 가격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조달러 시장 열린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X는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금과 부동액으로 나뉜 탱크에 저장한 뒤 다시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X 측은 이 같은 기술을 전력망에 적용할 사업자 물색에 나섰다.

‘몰타(Malta)’로 불리는 연구팀에서 10명의 연구자가 견본제품을 시험 중이다.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X의 공식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중국 신재생에너지기업 등과 협력해 상업화 모델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오비 펠튼 이사는 “X가 포기한다면 기후변화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며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수조달러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햇빛과 바람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에도 태양열 및 풍력발전 확산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 에너지저장장치(ESS)다. 기존 그리드 방식의 ESS나 값비싼 리튬이온배터리는 밤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데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태양·풍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 가운데 30만메가와트(㎿) 이상이 적절한 저장 방법이 없어 버려졌다. 중국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의 17%도 같은 이유로 사라졌다.

X가 ESS에 초점을 두고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으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배경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X가 진출하려는 에너지저장 관련 투자 규모는 2024년까지 약 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X는 몰타팀 투자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차고에도 둘 수 있는 크기

X의 소금배터리는 4개의 원통형 탱크가 있는 소형 발전소처럼 보인다. 가정집 차고 크기부터 산업용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X 측은 설명했다.

에너지저장 기술은 냉장고처럼 간단하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기가열 펌프로 보내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로 분리한다. 냉장고처럼 뜨거운 공기는 소금탱크에, 냉기는 부동액 탱크에 보내진다. 이후 에너지가 필요할 때 양 탱크의 온도차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재생산한다. 소금은 온도를 잘 유지시키는 특성이 있어 최대 수주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게 X 측의 설명이다.

이 기술은 199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로버트 라플린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라플린 교수는 몰타팀의 자문을 맡고 있다. 학계는 온도차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기술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이클 웨버 텍사스오스틴대 에너지연구소 부이사는 “용융염(molten salt)이나 온도차를 이용한 에너지저장 기술이 새로운 게 아니다”며 “구글 같은 대기업이 이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게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관건

소금배터리의 성패는 얼마나 저렴하게 저장장치를 만들고 설치하느냐에 달렸다. X는 구체적인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나 그리드 방식보다 몇 배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지멘스도 소금을 이용한 태양열발전 저장장치를 개발 중이다.

야요이 세키네 블룸버그 신재생에너지금융 연구원은 “구글의 소금배터리가 상업화되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석유와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여러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무인자동차 시장을 놓고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경쟁하는 것처럼 지멘스 ABB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발전회사들과 잠재적인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