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에 파견된 미국의 외교관 수백 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미국 상·하원이 최근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측에 오는 9월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예카테린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을 제안한다”며 “이는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가 455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형식상으론 제안이지만 사실상 미국 외교관에 대한 추방 명령이다.

이번 조치로 정확히 몇 명의 미 공관 직원이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수백 명이 추방 대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 “다음달 1일부터 미국 대사관이 모스크바 남쪽 도로즈나야 거리에 있는 창고 시설과 모스크바 북서쪽 세레브랸니 보르내에 있는 별장을 사용하는 것을 잠정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자산에 대한 압류 선언이다.

미 상·하원은 최근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해 대(對)러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대해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극단적 공격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것”이라며 “미국이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자국 내정에 간섭했다는 완전히 꾸며낸 명분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심각한 반(反)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