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일한' 미국인 여행금지국…특수 목적 방문은 예외적 허용
전방위 대북압박 강화 일환…北 외화벌이 타격·고립 가속화 노림수


다음 달 말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이 완전히 금지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승인했다고 헤더 노어트 대변인이 전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의 법 집행 체계에서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틸러슨 장관이 미국 시민권자의 여권을 사용해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리적 여행 규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할 때 미국 여권은 유효하지 않다"며 "인도적 목적 등의 사유로 북한을 방문하려는 경우는 시효가 제한된 특별여권을 통해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다음 주 관보에 게재되며 관보 게재 시점으로부터 30일 뒤인 8월 말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벌금 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에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웜비어는 작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달 13일 전격 석방돼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인 관광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조야에서는 외국인의 북한 여행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행정부는 대북제재 강화를 강조해왔다.

미국이 북한으로의 관광을 완전히 금지함에 따라 북한과 아주 가까운 나라를 제외한 서방 세계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조처가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5월 '북한여행통제법'을 공동발의했던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하는 서양인 4천∼5천 명 중 미국인은 수백 명 수준이다.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 관계자는 매년 800∼1천명 수준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국무부는 그동안 북한 여행 경보를 정기적으로 발령해왔지만,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미국은 1967년부터 알제리, 이라크, 레바논, 리비아, 수단, 쿠바, 북베트남 등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한 적은 있지만, 현재 이 조치를 적용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 의회 역시 앞으로 5년간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해 심의하는 등 행정부를 상대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번 조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재무부 관료 출신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하고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던 점을 언급,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주선해왔던 여행사 '시크릿 컴패스' 관계자는 이 통신에 "다른 문화를 여행하는 것은 다른 문화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라며 "(북한 여행제한 조치는) 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엿새 동안 북한을 여행했다는 퇴역 군인 브라이언 세일러는 "우리 스스로에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BBC 방송은 북한 여행객을 모집하는 중국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와 고려여행사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 명령이 오는 27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트위터에서 "우리 여행사는 미국 당국이 이달 27일 북한 여행 금지명령을 발표한다는 것을 통보받았다"며 "이 명령은 발표 당일부터 30일 이후에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김연숙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