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마크롱 노동개혁…악명 높은 에어프랑스 노조 달라졌다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질 가토 에어프랑스 인사관리 담당자)

프랑스 국적항공사 에어프랑스 소속 조종사들이 상급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합의를 통해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안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프랑스 내 노동계의 달라진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비용항공 운영으로 생산성 향상

에어프랑스를 운영하는 에어프랑스-KLM그룹은 17일(현지시간)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부스트(Boost)를 설립하는 방안이 조종사 노조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조종사 중 82.8%가 참여해 78.2%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5.4%에 그쳤다.

최근 중·단거리 항공 노선은 대부분 저비용항공사가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만은 예외였다. 정부가 소유한 에어프랑스 노조가 근로조건 악화를 우려해 파업을 단행했고, 프랑스 정부도 경영 효율화나 소비자 보호보다 노조의 이해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 결과 파리, 니스 등 관광객이 선호하는 주요 노선은 모두 영국계 이지젯,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등 유럽 다른 나라 저비용항공사의 텃밭이 됐다.

에어프랑스 경영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해 손실을 보는 노선 운항을 줄이고 수익이 나는 쪽에 집중하면 연간 4000만유로(약 520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항공사 간 경쟁에서 승기를 쥘 수 있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지난 5월 초 양측은 대략적인 초안에 의견을 모았으며, 지난달부터 17일까지 이어진 투표 끝에 회사는 노조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냈다.

◆상급노조의 반대 방침 외면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전에 비해 크게 쪼그라든 조종사 산별노조 전국조종사노조(SNPL)의 존재감이다. 에어프랑스 조종사들은 SNPL 등 여러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나 SNPL 규모가 가장 크다. 수시로 파업을 벌이기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2014년 9월에도 2주간 저비용항공 사업에 반대하며 파업했고, 지난해에도 축구대회 ‘유로2016’ 기간에 임금 문제로 나흘간 파업을 벌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필리프 이뱅 SNPL 에어프랑스 지회장이 경영진의 방침에 반대하며 다른 내용의 ‘대안 프로젝트’를 조합원들에게 제시했으나 투표 결과 이 방안을 지지한 사람은 16.4%에 그쳤다.

현지 언론 르피가로는 “이뱅이 이끄는 해당 지회가 경영진의 제안에 적개심을 드러내기로 악명이 높았으나 이번 투표 결과로 자기 조직원에게 부정당했다”고 평가했다. 르피가로는 이번 조종사 노조의 합의가 역사적인 것이라며 “수년간의 까다로운 협상과 변화의 어려움 등으로 점철된 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자, 경영진의 의도를 신뢰하고 미래를 믿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어프랑스는 조종사 노조의 지지에 힘입어 당장 올가을부터 저비용항공 운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종사 중 지원자를 받아 저비용항공사로 소속을 변경하되 임금 체계와 근로조건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조건이다. 조종사를 뺀 지상직과 승무원은 모두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중거리 노선부터 시작해 내년 중반부터는 장거리 노선도 운항할 예정이다.

◆노동개혁 우호적 분위기 확인

프랑스 내 대표적 강성노조인 SNPL이 최대 조직인 에어프랑스 조합원에게 외면받은 것은 현장 분위기가 노동 개혁에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친(親)기업적인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대적 노동개혁을 약속한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희소식이다. 프랑스 정부는 산별노조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 상당 부분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행정부 직권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관련 권한을 지난 13일 의회에서 위임받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9월까지 정부가 주요 노동단체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