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15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12일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미 정부의 철강 보호무역 조치가 미국에 큰 경제·외교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냉키, 그린스펀 전 의장을 비롯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CEA)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글렌 허버드·크리스티나 로머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우리는 여러 정책 관련 이견이 있지만 수입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해롭다는 데 거의 다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 철강에 새로운 관세를 매기는 것은 미국 제조업 비용을 높이고 일자리를 줄일 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교역국들이 미국에 철강 제품을 덤핑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추가) 관세 부과와 수입 할당제 두 가지가 있다”며 “나는 두 가지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 철강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그 결과와 대책을 조만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15명의 경제학자는 미국이 이미 수입 철강에 150건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 점을 지적했다. 이 중 세율이 최고 266%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들은 특히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은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와 같은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더 이상의 관세는 이들 우방과의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정부의 수입 철강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