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잭슨홀서 유럽 QE시작 알렸듯 이번엔 출구 암시할지 주목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다음 달에 열릴 잭슨 홀 콘퍼런스에서 양적완화(QE) 축소를 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다음달 24일부터 26일까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릴 콘퍼런스에 참석, 연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은 2014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콘퍼런스의 연사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초청하는 형식이며 행사 시작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다음달 콘퍼런스에서 행할 그의 연설 내용이 비상한 주목을 받는 것은 오는 12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수하는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향방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오는 9월 7일 열릴 정례 정책이사회에서 내년부터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 관계자들은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매월 100억 유로 축소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히고 있다.

ECB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장에서 과도한 반응을 일으켜 역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양적완화의 장래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해왔다.

지난달 27일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의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것이 곧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시작될 것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이 그 대표적 실례다.

드라기 총재의 잭슨홀 연설은 ECB의 정책이사회를 2주 가량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가 이를 정책변화를 예고할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가 2014년 8월에 열린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행한 연설은 ECB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시작을 세상에 알린 계기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같은 행사에서 그가 양적완화의 종식을 예고한다는 것은 모종의 대칭성을 갖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CB가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면 2014년부터 자체적인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간 미국 연준의 행보를 뒤따르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진 2개의 중앙은행이 취한 엇갈린 정책 방향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