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나선 카타르 "단교 4개국, WTO에 제소 검토"
카타르가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4개국이 요구한 단교 해제 선결 조건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는 외교·경제 봉쇄 조치를 이유로 이들 국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를 대표해 WTO에 파견된 알리 알왈리드 알타니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WTO 제소를 포함해) 모든 법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는 최근 카타르가 이란의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카타르항공사의 자국 영공 통과도 금지했다.

알타니 대표는 “4개국의 조처가 WTO 조항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국가 간 통관업무를 신속히 하기 위해 체결된 WTO ‘무역 원활화에 관한 협정’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카타르는 앞서 사우디 등이 요구한 단교 해제 조건이 카타르의 주권을 침해하는 시도라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사우디 등은 지난 22일 중재에 나선 쿠웨이트를 통해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거래 외 우호관계 중단 △알자지라방송국 폐쇄 등 13개항을 요구하면서 열흘 안에 답하라고 카타르를 압박했다.

카타르 단교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셰이크 모하마드 빈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아랍센터에서 한 연설에서 “아랍권의 요구는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라며 “그들의 봉쇄 조치는 주권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국 폐쇄 요구에는 “타협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카타르 왕실 소유로 사우디, UAE 등 주변국 왕정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 와 이들 국가엔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이란과의 외교를 단절하라는 요구에는 “이란은 우리의 이웃이며 건설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타르는 그동안 테러리즘에 훌륭히 맞선 이력이 있고 테러 조직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단교의 명분인 테러리즘·극단주의 지원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단교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카타르는 미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알타니 대표는 “미국은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